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잊혔던 장수식품 다시 빛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미원으로 닭 100마리를 살렸다' '나는 오늘 미원으로 소 한 마리를 살렸다'.

지난 1일 서울 중심지인 강남역과 시청, 홍대 인근 대형 빌딩 전체를 덮은 대상의 미원 옥외 래핑 광고가 등장했다. 이는 '미원100g의 감칠맛은 소 1마리와 닭 100마리를 우려낸 감칠맛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미있다'는 반응이 폭발적이다. 온라인에 등장한 해시태그도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미필적선' 등으로 눈길을 끌고 있으며, 다양한 반응을 담은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대상이 젊은 세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조미료 '미원'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상이 1956년 개발한 발효 조미료 미원은 국내 조미료의 대명사로 꼽혔지만, MSG 논란으로 한때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국내 식품안전의약처 등에서 과학적 검증을 거치며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났지만, 현재 젊은 세대에게 과거 '미원의 영광'은 짐작하기 힘든 부분이다.

대상은 미원을 젊은 세대에게 알리기 위해 2016년부터 미원 광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대상은 가수 겸 배우 김희철을 모델로 '픽미원' '오쓸래미원' 광고를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진행했다. 덕분에 2016년 995억원이었던 국내 매출은 2017년 1005억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대상 관계자는 "젊은 층에게 미원이라는 제품을 알리고, 조미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원 국내 소비 중 약 40%는 가정용으로 대부분 조미료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증가"라고 설명했다.

대상은 이달 중 미원의 스페셜 에디션인 '#미원 살려줘서고맙닭' '#미원 살려줘서고맙소'를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 15주년을 맞는 농심의 '감자면'은 일본에서 더 잘 팔리는 제품이다. 일본 요리 만화 '메시바나 형사 타치바나' 덕분이다. '고독한 미식가' '심야식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만화는 식품 상품명과 제조사가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으로, 형사가 용의자와 취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다양한 음식이 주요 소재다.

이 만화에서 '농심 감자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라면들보다 더 맛있는 라면으로 묘사되면서 감자면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일본 판매량은 2016년 100만개, 2017년 130만개, 2018년 168만개(예상치)로 꾸준히 늘고 있다.

1996년 출시된 해태htb의 '갈아만든 배'도 뒤늦은 전성기를 맞았다. 이 제품은 패키징의 '배'라는 흘림체가 영어 'idH'로 보여 외국인들 사이에서 '숙취 해소에 좋은 idH 음료'로 불리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호주 연방 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배가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유명 유튜버 '영국남자'가 숙취 해소 음료로 '갈아만든 배'를 소개하는 동영상이 조회 수 80만건을 기록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2011년 해태htb를 인수한 LG생활건강은 '갈아만든 배' 열풍에 힘입어 올해 3월 후속 제품인 '갈배사이다'를 출시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갈아만든 배'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한 22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호주, 일본 등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참나무통 10년 숙성 '일품 진로'는 악성 재고에서 없어서 못 파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2005년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는 오크통에 10년간 숙성된 증류 소주가 창고에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제품을 '처리'하기 위해 2007년 '일품진로'로 출시했다.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한 이 제품은 고급 프리미엄 소주로 인기를 끌면서 2013년 이후 연평균 80%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올해 초에는 물량 부족으로 인해 가정용 제품 공급 중단 사태까지 발생했다. 마트에서 구매할 수 없다 보니, '일품진로'를 찾는 애주가들은 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나 업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윤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