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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힙합 뮤비에 빠져드니... "어? 초콜릿 광고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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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부터 식품ㆍ자동차까지 ‘음악 마케팅’ 활발

한국일보

창작 콘텐츠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 신동준 기자


매일유업의 ‘매일봐요’

오비맥주의 ‘뒤집어버려’…

기업들, 노골적 제품 광고 대신

음원ㆍ뮤비에 브랜드 이미지 녹여

젊은 소비층과 메시지로 소통

해외 인지도 높이고 장기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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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이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와 협업해 공개한 곡 '킷캣'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 가수 뒤로 네슬레 대표 상품인 초콜릿 킷캣이 서 있다. 킷캣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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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래퍼들이 소속돼 있는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이 지난달 14일 공개한 한 뮤직비디오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3주 만에 조회수 96만회를 넘겼다. 세련된 영상의 중간 중간, 익숙한 초콜릿 과자가 등장한다. “노래가 너무 좋다”는 댓글들 속엔 “이게 광고인가?” “광고 치곤 퀄리티가 너무 높다”는 반응이 종종 섞여있다. 노래 제목은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의 대표 초콜릿 상품 이름을 딴 ‘킷캣’이다. 달콤한 초콜릿 과자의 이미지를 지친 삶을 위로하는 메시지와 연결시킨 기업과 음악의 협업 결과물이다.

◇가사ㆍ뮤비에 브랜드 이미지 반영

그간 익숙한 광고의 틀은 유명인이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거였다. 그런데 최근엔 아예 브랜드, 상품의 이미지를 담은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음악 마케팅’이 급부상하고 있다. 노골적인 선전보다 브랜드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녹여 넣어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연상케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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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와 힙합레이블 AOMG가 협업해 만든 곡 '뒤집어버려' 뮤직비디오에선 오비맥주 대표상품인 카스가 등장한다.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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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오비맥주가 월드컵 시즌에 맞춰 카스 마케팅을 위해 유명 힙합 레이블 AOMG와 ‘뒤집어버려’ 음원을 공동 제작ㆍ발표한 건 음악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곡 가사에 카스나 오비맥주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 중 카스가 언뜻 스쳐갈 뿐이다. 대신 ‘좌절과 포기 대신 도전을 응원한다’는 콘셉트 전달에 집중했다. 인기 래퍼들이 대거 등장하는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찾아 듣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탄 이 곡은, 특히 곡 제목처럼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독일전을 꺾으며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카스의 이미지를 도전과 긍정으로 자리잡도록 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3월 매일유업과 걸그룹 마마무가 손잡고 발표한 곡 ‘매일 봐요(MAEIL BIO)’는 매일유업의 요거트 ‘매일 바이오’를 ‘매일 봐요’로 변환해 브랜드를 상기시키려는 전략이었다. 6월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인 밴드 마룬5와 밥 말리의 명곡 ‘쓰리 리틀 버즈’를 리메이크한 곡을 공개, 자동차 기술의 안전성을 통해 소비자가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해외 인지도 개선, 장기적 광고 효과도

이런 음악 마케팅의 최대 목적은 젊은 소비층과의 소통이다. 그래서 인기 장르 힙합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젊은이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주로 담고 있다. 높은 완성도로 음악이 흥행에 성공하면 계약 기간에만 노출되는 일반 광고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한류 열풍 덕에 세계 여러 국가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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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가수 백현과 로꼬가 SK텔레콤과 협업해 발표한 곡 '영(young)’의 대표 이미지.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젊음을 뜻하는 ‘0(Youn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M엔터 소속 가수들이 젊은 세대의 당찬 포부 등을 담은 곡을 8월부터 3주에 한번 꼴로 발표하고 있다. 8월 31일 공개된 백현과 로꼬의 ‘영’은 국내뿐 아니라 터키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SK텔레콤이 진출하지 않은 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2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13년 파리바게뜨가 악동뮤지션과 함께 발표한 ‘콩떡빙수’는 5년이 지난 올 6월 다시 음원 사이트 1위에 올랐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노래로 자사 제품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0’ 브랜드를 기획한 남상일 SK텔레콤 IMC그룹장은 “음악은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강력한 문화이자, 브랜드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통로”이라며 “젊은 소비자들은 트렌드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광고 음악을 넘어 음악 자체로 브랜드를 느끼고 즐기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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