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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美 "풍계리 사찰, 비핵화 조치 아니다…北, 같은 말 두 번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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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차 방북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허용을 이끌어낸 것과 관련해 미국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잇따라 나왔다.

구체적인 방북 결과도 나오지 않아,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미국 방북단이 휘말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국방정보국 정보분석관 출신의 브루스 벡톨 엔젤로 주립대 교수는 8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풍계리는 이미 수명을 다한 핵실험 장소이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풍계리 사찰 허용은 ‘상징적인’ 움직임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18년 10월 7일 마이크 폼페이오(왼족)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폼페이오 트위터


그는 풍계리 사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실험이 이뤄진 사실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쇄 약속이 있었다면 (비핵화에 대한) 고무적인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것은 김정은이 수개월간 시간을 끌기 위해 허울 좋은 양보를 하는 대신 최대한의 이득을 짜내는 기술에 통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풍계리 철거를 약속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풍계리와 서해 시험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그는 영리하게도 같은 말(horse·馬)을 두 번이나 판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방북을 두고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벡톨 교수는 "어떤 사안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많지 않다"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 결과를 놓고 "앞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 작업’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모호한 언급만 있었을 뿐, 북한의 확고한 움직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아직 핵 프로그램과 핵 물질과 시설을 신고하지 않았고, 이런 정보가 없으면 북한의 비핵화를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북에서 비핵화에 최소한의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협상가라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도록 놔두지 않을 일"이라고 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파티 계획을 위해 그 머나먼 평양까지 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도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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