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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이명박의 갈림길, 항소 포기는 '다스 소유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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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업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다스 실소유주'로 판단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갈림길에 섰다. 항소를 포기하면 '보복 정치'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지만, 다스는 본인 소유임을 자인하게 된다. 항소할 경우, 직권남용 무죄처럼 일부 유리한 1심 판단마저 뒤집힐 수 있다.

지난 5일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1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항소는 재판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검찰은 이미 항소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2심 재판은 이 전 대통령 항소 여부에 관계 없이 열린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재판 포기로 '정치 보복' 구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구속 단계부터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해왔다.

문제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할 경우, 자신을 다스 실소유주로 결론 낸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2011년 11월 삼성으로부터 다스 미국 소송 비용으로 64억2376만7383원을 지원 받은 혐의 등 16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2003년 5월부터 김경준 BBK 대표를 상대로 다스의 미회수 투자금 140억원을 반환하는 민사소송을 시작했고, 2008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변호사 김재수 씨를 LA 총영사에 앉혀 소송을 지원케 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 취임 이전 부분인 3억5025만원은 무죄로 보고, 재임 중 지원받은 나머지 금액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에 적극 관여하고, 가족과 주요 경영권을 행사한 점 등을 근거로 그를 다스의 실소유주로 판단했다.

직권남용 혐의 무죄 판단도 항소를 고민케 하는 대목이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김재수 변호사를 LA 총영사직에 앉혀 다스 미국 소송을 지원케 한 혐의 등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려면 해당 지시가 대통령의 직무권한에 있어야 하는데, 다스 소송 지원은 대통령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어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의 직무 권한 범위를 넓게 해석할 경우,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앞서 서울고법 제4형사부(김문석 부장판사)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KT 인사 관여, 현대차의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발주 등을 '대통령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일 뿐, 직권 남용이 아니라고 보고 강요죄만 인정했다.

반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공무원 사직과 각종 지원 사업 배재 부분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 또는 일부 유죄 판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경련과 기업체로 하여금 미르재단에 486억원, 케이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출연케 한 점도 직권남용으로 인정했다.

한편, 지난 5일 '화이트 리스트'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국경제인연합의 보수단체 지원이 직무 밖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 무죄, 강요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법원의 직권남용 해석이 점차 좁아져 관련 혐의 유죄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범종 기자 joker@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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