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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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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이대 팀, 3년 간 첫 전국조사 결과

북부와 남부 서식지 분단, 멸종 재촉

전국서 울음 확인 2510마리뿐, “논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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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흔한 청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며 낮 동안 나무 위에서 쉬다 해가 지면 논둑에서 운다. 수원청개구리는 논둑이 아니라 논 가운데에서 벼포기를 붙들고 우는 한반도 고유의 희귀종이다. 일본 학자가 1977년 수원 농진청 앞에서 채집해 신종으로 보고한 청개구리로, 경기도와 충청·전북 일대 논에서 소수가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1급 보호종이다.

수원청개구리는 애초 한반도의 터줏대감이었지만 더 대범하고 반응이 빠르며 강인한 청개구리에 밀려 서해안의 일부 지역 논에서만 살아남았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한 논둑을 청개구리에 내주고 물새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논 안에서 운다(▶관련 기사: 수원청개구리가 벼포기 움켜쥐고 노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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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 개구리 가운데 가장 큰 멸종위험에 놓인 수원청개구리의 전체 개체수가 얼마나 되며, 개체수가 어떻게 변하며 위협요인이 무엇인지 등 보전에 필요한 기초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엘 볼체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후연구원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2015년부터 3년 동안 전국의 수원청개구리 서식지 122곳에서의 청문 조사와 모델 분석을 통해 이 1급 보호종의 실태와 위협요인을 처음으로 밝혔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와 무늬나 형태가 비슷하지만 높고 느린 울음소리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따라서 번식기에 울음소리 조사로 개체수를 추정할 수 있다. 연구는 과학저널 ‘피어 제이’ 최근호에 실렸다.

볼체 박사는 이 연구의 의미를 “수원청개구리의 전체 개체수와, 이들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개체수 변동 가운데 어느 정도가 기후 등 자연적 요인 때문이고 얼마만큼이 인위적 이유 때문인지를 알게 됐다”며 “무엇보다 이번 연구로 사람에 의한 서식지 파괴가 이 종의 최대 위협임이 분명해졌다”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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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의 조사에서 울음소리로 확인한 수원청개구리의 수는 평균 2510마리였다. 서식지 한 곳에서 평균 21마리의 울음소리만 확인할 수 있었다. 수원청개구리의 암·수 성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개체수를 추정하기는 힘들지는 매우 적은 수이다.

조사에서 2014년까지는 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던 곳 가운데 2015년 13곳, 2016년 8곳, 2017년 15곳에서 소리를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웃 서식지에서 개구리가 옮겨왔지만 5곳에서는 3년 연속 소리가 사라졌다. 지역적으로 절종된 것이다. 볼체 박사는 “새로운 개체가 이주해 오는 일도 있고 반대로 울음소리가 나더라도 생식능력이 없는 늙은 개체 또는 수컷만 있을 수 있어 지역적 절종을 콕 짚어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현재의 수원청개구리 서식지 모두에서 개체수가 적고 도로로 분단돼 있어 확산이 불가능하며, 번식기에는 거의 모든 수컷이 운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연속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지역적으로 멸종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3년 동안 울음소리가 나지 않은 5곳은 인천 계양구 평동,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리, 안성시 일죽면 고은리 등이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곳은 수원·평택·안성 등 경기 북부와 경기 남부를 잇는 지역이다. 연구자들은 “북부와 남부 서식지의 분단은 유전 다양성 감소와 멸종을 재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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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원청개구리의 개체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일부 지역적 절종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연구자들은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볼체 박사는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려면 매우 넓은 습지 평야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살던 곳은 모두 논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수원청개구리가 살 자연 습지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개구리가 사라진 곳 가운데 하나는 사실상 그런 마지막 자연 서식지였는데 골프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인 논이 사라진 가장 대표적 개발유형으로 도로·주택·발전소·골프장 건설, 광산 개발 등을 꼽았다.

이대로라면 수원청개구리의 멸종까지는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멸종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얼까. 볼체 박사는 “서식지인 논을 보호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서식지를 습지 보전에 관한 국제협약인 람사르 사이트로 지정해 서식지 보전과 쌀농사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장 시급하게 보호해야 할 곳으로 남·북 서식지를 잇는 경기도 시흥시 매화동의 논을 꼽았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orz?e et al. (2018), Population trend inferred from aural surveys for calling anurans in Korea. PeerJ 6:e5568;

DOI 10.7717/peerj.556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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