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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생각 다른 바른미래당, 결국 갈라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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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월 2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바른미래당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취임 초부터 ‘화학적 융합’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당내 노선 갈등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의 균열이 내년 초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 ‘보수 대통합’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바른미래당, 끊이지 않는 노선 갈등…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논쟁으로 분열론 대두

바른미래당은 8일 국정감사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부 측의 설명을 듣기 위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워크숍에 참석토록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내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격렬히 반발했다. 지상욱 의원은 "비준에 동의하는 전문가(조 장관)를 불렀으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대 입장의 전문가도 불러 의원들이 그 내용을 참고해 토의하는 게 맞지 않나"고 밝혔다. 이학재 의원도 "오늘 조 장관이 통일부에서 출발하지 않게 하기를 제의 드린다"며 "조 장관이 이 자리에서 보고한다면 나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이 의원과 달리 국민의당 출신인 김중로 의원도 "조 장관은 참석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거들었다. 지·이 의원은 결국 워크숍 자리를 떴다.

이같은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당시부터 존재하던 ‘뇌관’이었다.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두 당은 지난 2월 13일 합당대회 직전까지 당헌·당규에 명시할 진보와 보수의 표현을 두고 다퉜다.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국민의당 출신의 박주선 의원이 초대 공동대표 체제로 물리적 결합은 이뤄냈지만, 합당 이후에도 당사와 당 조직은 별도로 운영됐다.

6·13 지방·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잠잠해졌던 갈등은 노원 병·송파 을 공천을 두고 다시 폭발했다. 이전부터 지역구를 닦아온 바른정당 출신의 이준석·박종진 후보를 두고 국민의당 측에서 김근식·손학규 후보를 공천하려 하자 바른정당 측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갈등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공천이 연기되는 파행 끝에 일단락됐으나, 선거에서 참패하며 서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손학규 대표는 당 조직과 당사를 통합하는 등 두 계파 사이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당 대표 선출대회 당시 안철수 전 의원이 손 대표를 지원 사격했다"고 주장하며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 결국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양 계파의 갈등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 한국당, 내년 초 ‘통합全大’ 통해 보수 대통합 노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합당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 온 양 계파의 갈등이 내년 초를 기점으로 완전한 원심력으로 작용해 당이 분리 수순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초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즈음 바른정당 출신이나 보수 성향이 강한 의원들이 국민의당 출신·진보 성향이 주축인 바른미래당에서 떨어져 나와, 자유한국당과 ‘보수 대통합’을 이룰 것이란 얘기다.

한국당도 이같은 ‘보수 대통합’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보수) 통합 전당대회’로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부터 물꼬를 텄다. 그는 지난 8월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자유한국당이 범보수 대통합 기치를 내걸 시기가 언젠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만나 보수 대통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용태 사무총장도 "보수 대통합 전당대회가 비대위 활동의 마지막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당의 인적 쇄신에 전권을 쥔 전원책 변호사 역시 "보수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보수 단일대오는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주요 당직자들뿐 아니라 당의 중진인 김무성 의원도 ‘공화주의’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연이어 열며 보수·우파 통합을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한국당은 보수의 중심이 될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와 달리 정가에서는 한국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최대 10여명까지 한국당으로 오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대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은 "당내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 바른미래당 의원들까지 전당대회 전 입당할 경우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비박이 떨어져 나간 결과물인만큼, 친박 입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 중 일부가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구에 기반을 둔 만큼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모험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바른정당 측의 최대 주주라 할 수 있는 유승민 전 대표에 대한 한국당 의원들의 거부감이 강한 만큼, 유 전 대표가 한국당으로 복당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보수 대통합’의 상징성과 파급력이 떨어져,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탈당 후 통합 전대에 합류하더라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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