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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공유는 도시를 친환경적,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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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서울연구원 공동기획] ‘We Change’ ④

음성원 도시건축 전문작가

공유경제, ‘착하냐 아니냐’ 이전에 자연스러운 도시의 진화

쇠퇴한 도시 살리는 숙박공유 등 세계 곳곳에서 실험 중

법적 규제, 기존 산업과의 갈등 풀 지혜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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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은 오는 11일과 12일 이틀간 ‘전환도시 서울 국제콘퍼런스’를 연다. 행사 둘째 날은 특별 세션으로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을 하는 서울 체인저들이 모이는 ‘위체인지(We Change)' 포럼이 명동 위스테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이들의 다양한 도전과 활동상을 4번에 걸쳐 소개한다. 마지막 순서로 기자생활을 하다 도시와 공유경제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게 된 뒤, 관찰자에서 벗어나 직접 현장에 뛰어든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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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가치’로 접근하면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도시의 남는 자원들을 좀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나타난 새로운 도시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도시와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써 온 음성원 작가의 말이다. 디지털 인프라가 휴대전화로 모든 개인의 손에 깔리면서 공유 차량, 공유숙박, 공유사무실 등 다양한 공유경제 플랫폼이 도시에서 싹트고 있다. 공유경제란 커뮤니티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휴 자원을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의 소개로 대중화된 공유경제는 이제 서울뿐 아니라 뉴욕, 런던, 베이징 등 전 세계 도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차량 숙박, 사무실 공유 거스를 수 없는 도시 흐름

공유경제가 도시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2일 그를 에어비엔비 사무실에서 만나 도시건축전문작가로서 공유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물어봤다.

“도시 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당연한 것”이란 짧은 대답 뒤에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도시는 사람들을 비롯해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곳이지만, 불균형한 자원 분배가 항상 문제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심 도로는 출퇴근 시간이면 몰려나온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자가용만큼 편리하면서도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있다면 어떨까? 개인들의 자동차를 활용해 빠른 시간에 승객을 나르는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인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이 이렇게 등장했다. 이들은 뉴욕과 베이징을 넘어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도시로 진출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도심 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데 이 역시 공유경제로 풀 수 있다. 공유사무실 업체들은 도심에서 일하고픈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들의 숨겨진 욕구에 주목했다. 이들은 도심 사무실을 통째 빌려 개별 공간을 임대하고 넓고 쾌적한 공용공간을 함께 사용하게끔 했다. 입주자들은 개인은 임대를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도심의 사무실과 휴식공간을 낮은 비용으로 한결 여유 있게 쓸 수 있다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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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시노 숙박공유 지역 활기 되살려♣

그렇다면 자원이 부족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지역은 공유경제와 무관할까? 음성원 작가는 “공유경제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지만, 사람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에어비앤비의 일본 요시노 마을 숙박공유 프로젝트가 그런 대표적인 예이다. 에어비앤비는 일본 나라 현의 노인들이 주로 사는 도시 중 한 곳인 요시노 마을에서 새로운 공유도시 실험을 진행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하세가와 고, 요시노 마을 주민들이 에어비앤비와 함께 힘을 모아 2층 건물을 지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요시노 삼나무집’은 1층은 카페, 2층에는 4명이 묵을 수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들어섰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요시노 삼나무집을 올리자 곧 관광객들 사이에 “멋지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4명이 묵는 숙소로 감당이 안됨에 따라 지역 주민들이 앞장서 자기 집을 여행객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적막하던 동네에 사람들이 오가고 카페와 같은 문화공간이 들어서는 등 지역 관광 인프라도 만들어졌다. 요시노 마을은 1년 동안 3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다시금 예전의 활기를 찾고 있다. 숙박 공유사업이 숨겨진 동네를 세계와 연결하고, 쇠퇴하던 도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은 것이다. 국내에도 이를 본떠 에어비앤비코리아가 2017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강원도에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창업 지원 사업을 벌였다.

공유경제가 곳곳에서 번성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의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영역에 자리 잡고 있던 기존 산업과의 갈등 및 법적 규제이다. 국내에선 출퇴근 시간을 지나 카풀을 하는 승차공유 업체나 우버 등 운송 네트워크 업체들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관련 법규 따라 불법 비즈니스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숙박공유도 마찬가지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도심지에 한해서 외국인에게만 민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근 정부가 승차공유와 숙박공유 분야에 대해 규제 개선을 시도하지만 기존 숙박업계와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음성원 작가는 국내에선 공유경제가 무조건 ‘착한 경제’ 아니면 새로운 독점 기업을 위한 창구라는 양극단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공유경제가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져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공유경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도시 트렌드’이자 도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제 도시 정책에서 주요한 의제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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