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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자판 만든 언어학자 박만규 교수 "한글은 과학적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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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아주글' 개발해 특허 출원

연합뉴스


박만규 아주대 교수. [아주대 제공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글은 과학적 상상력이 발휘된 문자입니다. 발음할 때 혀, 치아, 입술, 목구멍이 이루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어요. 이러한 원리는 어느 문자에도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사전학회장이자 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장인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한글날인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한글을 평가했다.

그는 "한글은 기본자에 획을 더해 문자를 추가했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이 체계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알파벳보다 가독성과 효율성이 높은 점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언어학, 비교언어학, 사전학을 연구하는 언어학자다. 인문학자인 그에게는 전자 자판을 만든 특이한 이력이 있다.

박 교수가 처음 자판을 만든 시기는 2000년. 자음과 모음 사용 빈도에 관한 통계를 바탕으로 자판을 제작하면 적은 타수로 글자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제작한 자판에는 자음 10개와 모음 4개 버튼이 배치됐다. 자음 버튼은 가나다순으로 나열하고, 모음 버튼은 'ㅏ/ㅜ', 'ㅓ/ㅗ'처럼 각각 두 개 문자를 입력하게 했다. 나머지 자음과 모음은 '격음'과 '겹음' 버튼을 눌러 표현하도록 고안했다.

그는 당시 현대전자와 팬택앤큐리텔에 찾아가 자신이 개발한 자판 탑재를 요청했으나 회사 사정상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한동안 자판을 잊고 있다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기존 자판에 버튼 4개를 추가하고 버튼 간 간격을 줄인 '아주글'을 완성해 특허 출원했다"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아주글은 컴퓨터 자판과 비교했을 때 글자 입력에 필요한 버튼 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박 교수 설명이다.

아울러 자주 쓰는 기호인 느낌표, 물음표, 마침표를 보다 쉽게 입력할 수 있고, 개인별로 선호하는 상용구를 등록해 한 타 만에 쳐서 넣을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아직은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가 많지 않다"며 "아주글 특징과 설치 방법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했는데, 젊은이들에게 알려지면 이용자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알파벳을 과도하게 쓰고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한글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출입문 암호를 숫자 대신 한글로 정하는 거예요. 또 다양한 한글 서체를 개발해 디자인과 예술 분야에서 활용도를 높여야 합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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