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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일회용컵 단속 2달...머그잔 부족해 주문 지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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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 동료들과 종로구의 한 스타벅스를 찾아간 회사원 김모(35)씨는 커피를 주문했다가 "머그잔이 부족해 커피를 바로 못 준다"는 말을 들었다. 이날 저녁 시간대 2층 규모의 매장은 만석이었는데, 스타벅스가 좌석 수만큼 머그잔을 준비해놓지 않아 곧바로 음료를 제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씨가 "그래도 계산을 했으니 일회용컵에라도 담아달라"고 하자 직원은 "일회용컵 단속 중이라 신고가 들어올 수 있어 안된다"고 거절했다. 이어 "다른 손님이 사용하고 난 머그잔이 들어오는 대로 씻어서 새로 담아줄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날 김씨와 일행은 주문한지 약 20분이 지나서야 커피 4잔을 받을 수 있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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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시행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정부가 커피 전문점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면서 매장 안에서 머그잔에 음료를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커피 전문점이 머그잔을 충분히 구비하지 않아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주문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회사가 밀집한 지역의 커피 전문점에서는 점심 시간 등 손님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 머그잔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8일 오후 1시 무렵 종로구의 H커피 전문점에서도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는 손님 45여명 중 20여명은 일회용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강남역 인근의 C커피 전문점도 점심 시간대에 찾아가자 "머그잔이 부족해 이번 한 번만 일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겠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커피 전문점 측은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맞춰 매장에 비치하는 머그잔 수를 늘렸지만, 날마다 매장을 찾는 손님 수가 다르고 머그잔은 파손이 잦아 수량이 금방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일부 커피 전문점은 머그잔을 몰래 훔쳐가는 손님이 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대용량 머그잔의 경우 평소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소량을 구비해놓는데, 이례적으로 해당 크기의 잔을 찾는 손님이 많은 날이면 ‘머그잔 부족 사태’를 겪기도 한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매장별로 필요한 만큼 머그잔을 주문하고 있는데, 파손 등의 변수가 많아 수량은 매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자원재활용법 시행 이후 매장마다 머그잔 발주가 3~4배 늘었고 필요한 만큼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장 직원들은 머그잔 관리가 어려워 예전보다 일이 많아졌다는 입장이다. 종로구 한 커피 전문점 직원은 "머그잔 수가 충분해도 머그잔을 씻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님이 몰리면 예전만큼 빨리 음료를 내놓기 어렵다"면서 "특히 피크시간대에는 주문 받고 손님 응대하랴, 설거지하랴 한 순간도 쉴 수 없다"고 말했다.

머그잔이 있는데도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는 손님도 골칫거리다. 스타벅스를 포함한 대형 커피 전문점은 음료를 들고 나간다고 해놓고 자리에 앉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매장 테이블이나 벽에 "매장 내 다회용 컵 이용을 부탁드린다"는 스티커를 붙여놓기도 했다. 그러나 피크타임에는 일이 많아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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