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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인싸, 존맛탱' 모르면 뒤처질까.."직장, 언어 격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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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신조어 쓰면 '몰라도 아는 척'
-유행어 빠른 변화...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
-국립국어원 "최근 줄임말이 문장단위로 쓰여...개인적인 말이 유행어로"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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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세영씨(45)는 최근 딸에게 들은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와 달리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라는 신조어가 재미있고 신기해 회사 직원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다가 괜히 머쓱해졌다. 자신이 느끼기에는 생소한 용어였지만 나이가 어린 직원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영락없이 요즘 말로 아재(아저씨)인걸 인증했다"며 "간혹 유행어나 신조어를 모르는 게 살짝 부담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방송,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유행어, 신조어가 늘면서 세대 간 소통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특정층만을 위한 신조어가 자칫 세대간 '소통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튜브에서 쓰는 말이 유행어로
9일 한글날을 맞아 신조어 사용에 따른 소통격차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곳은 직장이다. 나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빈번히 사용되는 새로운 용어에 대해 부담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 854명을 대상으로 '신조어 사용 현황'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직장인 약 90%가 '신조어 때문에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아재들을 위한 2018 인싸용어 총정리' 같은 메시지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공유된다. 일부는 유행어 쓰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신상준씨(28)는 회사에서 선배들에게 '신어 과외' 역할을 한다. 그는 "자녀가 있는 회사 선배들이 유행어를 몰라 뜻을 물어 올 때가 있다"며 "가정이나 직장에서 유행어를 직접 쓰지는 않더라도 소통하기 위해서 알아두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유행어가 빨리 늘어나는 건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텔레비전만 있던 과거와 달리 SNS, 유튜브 등 개인방송 매체가 다양화되며 수용자가 서로 다른 디지털 경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혜승 경인교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단순히 청소년과 성인으로 구분되던 세대 간 언어 차이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경험에 따라 개인별로도 차이가 난다"며 "미디어 접속 기간이나 정도에 따라서 성인들 집단 언어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소통 어려움 우려…'언어격차 축소' 낙관론도
국립국어원은 무분별한 신어 및 유행어 쓰임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우려되는 만큼 방송 매체에서 언어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모두가 알고 재미있게 쓰는 표현의 자유를 막을 필요는 없지만 언론매체에서 제한적인 사람에게 통용되는 언어를 과도하게 발굴해 쓰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할많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처럼 문장의 첫음절을 줄인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개인끼리만 통용되는 수준의 신어가 방송에 나온다"며 "언어유희, 언어경제성을 너머 상황맥락 안에서만 뜻이 해석되는 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오히려 세대 간 문화에 공통점이 생기며 언어 격차가 희미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와 실제 소통은 줄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경계가 없는 온라인을 통해 새 문화를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온라인 문화를 접하는 게 자연스러워 장년들도 유행어를 이전 보다는 쉽게 받아들인다. 문화차이가 옅어지는 만큼 언어 격차도 경계가 허물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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