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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대체복무, 고의적 병역회피라고?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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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나 개인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첨예한 이견이 존재하는 뜨거운 이슈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년 말까지는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대체복무가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역 병사의 군 복무 기간 및 내용 등과 견줘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에 안을 마련하면서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고,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유지하며, 국제기준이나 판례를 최대한 존중하는 등의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런 원칙에 부합하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대체복무제가 징벌적인 성격을 띠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주요 원칙 중 하나입니다. 복무기간을 너무 길게 하거나, 보복성 성격이 읽히는 분야의 근무 방안 등은 배제해야 합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따른 고의적 병역회피자를 거를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잣대 마련 등 앞으로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병역의무의 신성함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현역장병의 상실감을 주지 않되, 헌재 결정 취지와 또 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세계일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오는 2020년 1월부터 소방서나 교도소 합숙근무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복무 기간은 27개월 혹은 36개월 중 하나로 이달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검토해온 국방부·법무부·병무청 합동 실무추진단은 지난 4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 공청회'에서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

국방부가 제시한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을 보면 복무기관은 소방서와 교도소가 검토되고 있다.

1안은 교도소 근무로 단일화는 방안이고, 2안은 병역거부자가 소방서와 교도소 중 복무기관을 선택하는 방안이다.

소방방재청은 소방인력 부족을 이유로 대체복무 인력의 소방서 배치에 공감하고 있고, 인력난이 심한 교정기관 측은 대체복무 인력의 교도소 배치를 적극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서 대체복무는 23개월 근무하는 의무소방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병역거부자의 복무형태로 합숙근무만 허용하는 방안(1안)과 합숙을 원칙으로 일부 출퇴근을 허용하는 방안(2안)을 제시했다. 국방부 측은 이와 관련 "(현역병과 마찬가지로) 합숙근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서와 교도소 모두 합숙근무가 가능한 기관이다. 소방서는 현재 의무소방대원이 쓰고 있는 합숙시설을 활용할 수 있고, 교도소는 과거 경비교도대가 쓰던 합숙시설을 재사용하면 된다.

병역거부자를 지뢰제거와 유해발굴 등 군내 비전투분야에 배치하는 방안과 실무추진단 내에서 검토됐던 국공립병원 혹은 사회복지시설에 병역거부자를 배치하는 방안은 배제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기간, 27개월 vs 36개월…이달 결론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놓고는 정부의 단일안이 정해지지 않아 27개월(1안)과 36개월(2안) 복수 안이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됐다.

현행 21개월에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36개월은 2배, 27개월 1.5배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병역 자원을 관리하는 병무청은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2배(36개월)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 인권기준 등을 고려할 때 현역병의 1.5배(27개월)를 넘으면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은 대체복무 실무추진단에, 인권위는 대체복무 자문위원회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의 기본원칙으로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엄정한 시행방안 마련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유지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 △안보태세 유지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국제기준이나 판례를 최대한 존중 △대체복무제 운영의 독립성 확보 등 4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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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이견이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기간도 이달 중으로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내년 12월31일까지 도입하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민간 전문가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현역병 1.5배 초과 징벌적 성격" vs "대체복무 병역기피 수단 악용 막아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적용할 복무 기간을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현역병의 1.5배를 초과하면 징벌적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27개월 이하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체복무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30개월 이상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국제기준을 고려할 때 1.5배 이상의 대체복무 기간은 인권침해이고, 1.5배 이상으로 제도를 도입하면 또다시 위헌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를 근거로 현역병의 1.5배 이하로 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국방부 자료를 보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11개국 중 8개국은 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 이하이고, 그리스(1.7배)와 프랑스(2배), 핀란드(2.1배) 등 3개국은 1.7배 이상이다.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도 "인권위는 복무 내용과 난이도, 복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 군복무기간의 최대 1.5배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대체복무와 관련된 현재의 논의는 병역을 앞세운 국가의 인권탄압에 대한 반성이 필연적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띠지 말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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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전석용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역의 복무 기간에 1년을 추가해 정하고 정부의 판단에 따라 6개월 범위에서 단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면, 이 제도가 시행되는 2020년에 대체복무 기간은 30개월이 될 것"이라며 "이 정도의 기간이면 징벌적 성격을 피하면서 병역기피를 방지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복무의 2배 이상은 돼야 한다"며 "집과 사회를 떠나 야간 근무와 훈련, 불침번 등으로 하루 24시간 복무하는 현역병의 생활을 감안하면 2배도 적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대체복무요원, 사복 입은 군인…사용자들은 노비 취급"

한편 직장 내 부당행위를 제보받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 같은 군 대체복무요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30일 대체복무요원들이 현장에서 당한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국내 한 민간기업에서 2년간 일반사원으로 일한 A씨는 이후 3년간 같은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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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자동화 기계 오류로 발생한 4000만원의 피해를 A씨의 책임으로 몰아 1년간 월급의 절반을 공제했다. 초과 근무에 따른 수당도 주지 않았고 복무를 마칠 때는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요원이 일하는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적잖이 발생했다. 병역특례 제도에 따른 대체복무 중 발생한 갑질 사례의 30%는 공공기관에서 일어났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한 공공기관에서는 군 복무를 대신하는 전문연구요원에게 "XX놈", "XX끼" 같은 욕설과 함께 "군대에 보내버리겠다"는 등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대체복무요원들은 국가의 필요에 따른 '사복 입은 군인'이지만, 사용자들은 이들을 노비 취급 하고 있다"며 "정부는 대체요원들이 인권 침해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하고 법 위반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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