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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사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정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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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8일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경제 문제는 언제나 어렵다. 공직 생활 동안 경제 잘 돌아간다는 얘길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식 행사를 마치고 평양에서 돌아온 이 대표가 김정은으로부터 대접을 잘 받았다는 얘기를 하던 끝에 한 말이다. 남북 관계와 달리 우울한 경제 전망이 화제에 오르니 과거에도 경제는 늘 어려웠고 지금도 그런 것뿐이라고 한 것이다. 이 말은 현재 경제가 어렵고 고용 사정이 나쁜 것이 지금 정부 책임이 아니고 원래 늘 그런 것이란 생각을 담고 있다.

올해 세계 평균 성장률은 3.9%로 전망되는데 한은은 우리 성장률을 2.9%로 점치고 있고 0.1%포인트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 경제 구조가 선진국 문턱에 이른 만큼 어느 정도 저성장은 불가피하다지만 세계 평균보다 1%포인트 이상 밑도는 건 심각한 일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훨씬 크고 잘사는 미국보다 성장률이 떨어진다. 성장보다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이 정부 아래서 고용 사정은 더 참담하다. 매년 평균 30만개 이상 늘어나던 일자리가 지난 7월 5000개, 8월 3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며칠 후 발표될 9월치는 마이너스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경제 부총리가 걱정하는 마당이다. 그런데 여당 대표는 '늘 그런 것'이라고 한다. 잘된 일은 자신들 공(功)이고 잘못된 일은 원래 그런 것이라면 그런 정부는 누구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평양 정상회담 때는 "우리가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남북 관계가 단절됐다"고 하더니 이번 방북 때는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남북 교류가 안 되니 내가 살아있는 한 절대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했다. 이런 말을 다른 곳도 아닌 북한에서 하니 마치 민주당과 북한 정권이 한 몸으로 한국 야당과 대적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래도 되나. 우리 사회의 청년 일자리, 소상공인 생계 걱정은 남의 말 하듯 하면서 남북 교류를 위해서 살아 있는 한 정권을 지키겠다고 한다. 그렇게 지키는 정권은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권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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