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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DJ-오부치 선언' 20주년 행사, 아베는 오늘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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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관계 새 전기 마련했던 선언… 1일 서울 행사엔 文대통령 불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도쿄(東京)의 오쿠라호텔에서 열리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측에서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전 자민당 부총재,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게이단렌(經團連) 부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DJ-오부치 선언 20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주최의 기념식 및 국제 학술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위원회 명예위원장인 이낙연 총리와 조현 외교부1차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DJ-오부치 선언은 8일로 20주년을 맞았지만 한·일 양국에서 이를 기리는 분위기에는 온도 차가 있다. 최근 한·일 관계에는 악재만 쌓이고 있다. 양국 정부 관계는 DJ-오부치 선언이 나온 1998년보다 오히려 후퇴하며 반전(反轉)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DJ 정부를 계승한다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인 DJ-오부치 선언의 맥을 잇지는 않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으며 협력하려는 자세였지만, 현 정부는 반일(反日)을 정권의 지지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을 조사하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아베 내각이 크게 반발한 것이 한·일 관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지난달 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을 연내에 해산할 방침을 일본 측에 통보한 사실이 8일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재단 해산=합의 파기'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어서 파열음이 예상된다.

조선일보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탑재 항공모함인‘가가’에 탑승한 한 대원이 지난달 22일 인도양에서 훈련을 위해 출항하기 전 욱일기(旭日旗)를 게양하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가가를 포함한 일본 함대가 7일부터 15일까지 인도 해군과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앞서 일본 함대는 지난 4일부터 스리랑카 해군과도 연합 해상 훈련을 벌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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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엔 일본 정부가 제주 국제관함식에서 해상자위대 함정에 욱일기(旭日旗)를 달지 말라는 한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신임 방위상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정부에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히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앞으로 한·일 간 군사 협력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에 대한 판결도 악재가 될 수 있다. 2012년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신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판결을 내리고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개별 청구권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합의한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것이었다. 최종 판결이 늦어지면서 '재판 거래' 의혹도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지난 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건은 삼권분립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재판 결과에 따라 '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의 3대 쟁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정부 입장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름없다.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53년 동안 유지해온 한·일 협정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할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파문이 일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우리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1998년 10월 8일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결단으로 채택한 합의문.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공식 문서로서는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정치, 안보, 경제, 인적·문화교류, 글로벌 이슈 등 5개 분야의 협력과 43개 항목의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명시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의 '경전(經典)'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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