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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유증기 환기구에 불꽃 떨어져 발화… 드문 현상이지만 조건 맞으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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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환기구 인화 방지망 제대로 설치 됐는지 의문"

대한송유관공사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기름 탱크 화재에 대해 "창사 28년 이래 탱크 폭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경찰은 스리랑카 근로자가 날린 풍등 불꽃이 유증기가 빠져나가는 환기구 근처에 떨어져 불이 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조건이 겹치면 불가능한 사고가 아니다"고 했다.

화재 현장의 기름 탱크 주변에는 우산 손잡이 모양의 파이프가 7~8개 정도 있다. 기름 탱크에서 나오는 유증기를 배출하는 환기구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밖에서 보이는 기름 탱크 뚜껑 아래에는 알루미늄판이 있고 내부 압력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유증기를 막는다"며 "탱크 압력이 기준 이상 올라가면 환기구를 통해 유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했다.

통상 유증기가 환기구 밖으로 나오면 환기구 앞에선 농도가 짙지만 곧 대기 중으로 확산하면 농도가 옅어진다. 정영진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은 "휘발유 유증기의 공기 중 농도가 1.4~7.6%가 됐을 때 불이 붙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기구 가까이에 풍등 불꽃이 떨어져 유증기와 만나며 폭발을 일으켰고, 기름 탱크 안으로까지 불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잔디에 불이 붙고 주변 산소가 고갈되면 불꽃이 주변 기체를 끌어당기는 '확산 작용'이 일어난다. 정영진 회장은 "산소가 부족할수록 불꽃이 길어지고 이 불꽃이 기름 탱크의 유증기 환기구를 타고 내부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했다. 해당 기름 탱크가 풍등의 작은 불씨에도 화재가 났지만 비슷하게 유증기를 내뿜었을 주변 기름 탱크에 불이 안 붙은 것도 "불이 붙은 유증기 환기구만 연소 조건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기구 끝에는 구리 재질로 된 인화 방지망이 있는데 열을 분산시키며 화재를 예방한다"며 "이런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는데도 이번처럼 큰 화재로 이어졌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잔디에 불이 붙었다고 하는데 토요일 오전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왔다. 젖어 있던 상태라면 잔디에 풍등의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작다. 의문점이 많다"고 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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