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대통령 3명 뽑은 보스니아의 속사정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년간 8개월씩 돌아가며 맡아

7일(현지 시각) 치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 선거에서 밀로라드 도디크, 세피크 자페로비치, 젤코 콤시치 등 3명이 대통령 위원에 선출됐다. 국가원수로 3명이 동시에 뽑힌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은 앞으로 4년 임기 동안 한 사람씩 8개월씩 돌아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순번제 대통령'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건 이 나라의 복잡한 역사 때문이다. 세 사람은 각각 이 나라의 3대 민족(세르비아계·보스니아계·크로아티아계)을 대표해 당선됐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옛 사회주의 국가 유고슬라비아의 일부였다. 1991년 유고 연방이 무너지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가연합,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5개국으로 쪼개졌다. 이후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2006년 다시 분리돼 유고슬라비아는 모두 6개국으로 쪼개졌다.

이 중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세르비아계(정교)·보스니아계(이슬람)·크로아티아계(가톨릭) 등 크게 3개 세력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3개 세력 간 인종·종교 갈등이 폭발해 1992년 내전이 벌어졌다. 내전에는 이웃국인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군도 개입, 보스니아계인 무슬림 주민을 대학살해 1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개입으로 1995년 12월 종전협정(데이턴 협정)이 체결됐다.

데이턴 협정에 따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1국 2체제'로 재편됐다. 보스니아계(인구의 50%)·크로아티아계(15%)가 많이 거주하는 10개 주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으로, 세르비아계(31%) 다수 지역은 '스르프스카 공화국'이 됐다. 이들은 외교·국방 등을 제외하고 광범위한 자치권을 갖는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통령 선거 절차도 복잡하다. 후보는 출마할 때 소속 민족을 밝혀야 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 유권자는 보스니아계 또는 크로아티아계 후보 중 1명에게만 투표할 수 있으며, 민족별 최다 득표자가 각 민족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된다. 스르프스카는 별도로 세르비아계 대통령을 뽑는다.

이번 대선에서 선출된 세 명의 차기 '순번 대통령' 중 도디크는 강경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로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각별하다. 이 때문에 로이터 등 외신들은 도디크가 '순번 대통령' 체제를 약화시켜 분리·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