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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밀착카메라] 드릴로 구멍…사람 손으로 죽어가는 가로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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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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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일) < 밀착카메라 > 는 도심 곳곳에 심어진 '가로수'들을 살펴봤습니다. 누군가 농약을 뿌려넣거나 관리를 안해서 죽어가는 나무들이 많았습니다.

윤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 곳은 대전의 대청호입니다.

이 호숫가를 따라 잎이 푸르른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데요.

그런데 이 나무들 사이로 잎이 갈색으로 모두 말라버린 나무 3그루가 눈에 띕니다.

가까이서 보니 나무에는 수액 주머니와 물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수사 의뢰를 알리는 종이도 붙어 있습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이 나무를 없애기 위해 약품을 뿌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입니다.

50년 된 느티나무 3그루가 고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

[대전 시민 : 나무가 파랗고 좋은 상태였는데 지금 깜짝 놀랐네 이거 보고.]

[대전 시민: 보기 안 좋잖아요. 말이 50년이지 이거 키우려면.]

구청에서 나무와 토양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에서 농약 성분이 나왔습니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 : 완전히 다 마른 상태죠. 저희들이 추측하기로 땅에다 (약을) 뿌린 것 같아요.]

가로수를 고의로 훼손하는 것은 산림법상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구청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인근 상가 주인들은 오히려 관리 부실을 지적합니다.

[인근 가게 관계자 : (나무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도 좀 그랬다는 얘기도 있고. 한 번도 아무도 관심 없었어요. 다 죽고 나니까.]

가로수가 늘어선 대전 서구의 대로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둘레가 한 아름이 넘었던 메타세콰이어 나무입니다. 약 40년을 살았는데 지난 여름 완전히 고사해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이곳 나무 3그루도 갑자기 말라가자 구청은 약물 투입을 의심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대전 서구청 관계자 : 유별나게 거기 세 그루만 죽는다는 건 쉽지 않죠. 저희 입장에서는 의심이 좀 되죠.]

현재 사건은 내사 종결된 상태.

가로수 훼손의 경우 대부분 물증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CCTV 등 단서가 없는 경우가 많고, 서서히 죽는 나무들의 특성상 범행 시기를 특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근 상가 관계자 : 제발 좀 잡아달라고. 구청에서 관리 잘못하고 이쪽으로 떠넘길 수도 있어요.]

가로수를 고의로 죽이며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잎이 무성한 가로수 사이로 가지가 황량한 나무 6그루가 서 있습니다.

지난 여름 누군가 이 나무들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농약을 넣은 것입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피의자는 인근 상가 관계자로, 낙엽 등이 통행에 방해되고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농약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자리에 같은 크기의 가로수를 이식할 수도 없습니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 : 큰 나무는 함부로 이식하면 고사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키워야죠. 적당한 수목으로.]

인천 부평구의 은행나무 3그루도 지난 해 죽었습니다.

기둥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의심되는 구멍이 발견됐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인천 부평구청 관계자 : 구멍을 뚫린 걸 봐서는 고의적으로 죽였을 거라고 추측은 하고 있는데 주변에 CCTV도 없고 인근 목격자도 없다 보니까.]

가로수 관리와 보호도 허술한 곳이 많습니다.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해둔 덮개가 정작 자라나는 뿌리를 막고 광고판 등을 부착했던 철심이 나무 기둥에 그대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박고은/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가로수는 살아서 숨 쉬고 생장을 계속해가고 있는 생명체입니다. 자라고 있는 상태에 따라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나무를 보고서야 살아있는 나무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깨닫게 됩니다.

이기심과 무신경함으로 도시를 메마르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인턴기자 : 박광주)

윤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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