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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소득주도 성장, 단기 효과보다 장기 성장기반 강화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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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태일 고려대 교수 보고서

문재인 정부 초기 단기 내수 진작책으로 본 듯

최저임금 같은 외생변수의 분배 개선 효과는 불명확

이론적 난점에도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처방은 필요

민간부문 분배 개선 못지 않게 복지확대에도 힘써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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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가운데, 단기적 내수 진작책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기반 강화 정책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다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1일 ‘소득주도 성장의 평가와 향후 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의 처방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 수단 혹은 직접 성장을 유발하는 수단이 아”닌데도 “(문재인 정부가)소득주도 성장을 단기적인 내수 진작책으로 인식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노동소득 분배율 개선을 꾀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은 경기 호황이나 불황 같은 내생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것이 크다는 점을 환기했다. 정부가 개입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 외생적 요인의 영향은 적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의 효용성을 믿는 이들이 내생적으로 결정된 과거의 소득분배율 변화 자료를 분석해서 나온 추정치를 두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외생적으로 결정했을 때 유사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타당성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최저임금을 올린다 해도 이로 인해 고용이 감소하거나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가 일어나면 노동소득 분배율이 얼마나 높아질 지 알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정책과 효과의 시차이다. 불황기의 수요진작 정책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이뤄졌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민간 수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총수요를 직접 늘리는 효과가 확실하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같은 민간부문 내의 분배 변화는 총수요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효과가 모두 존재할 뿐 아니라,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총수요에 미치는 순효과가 플러스 (+)라 해도 정부지출보다는 효과가 훨씬 늦게 나타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 성장’ ,‘공정 경제’와 함께 성장 전략의 네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적절했지만, 직접적인 성장 견인 수단으로 본 것은 이런 점에서 적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장경제 공정성을 위해서도 필요”

하지만 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방법론적 타당성에 의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은 중요하며 그에 입각한 정책 처방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과 그에 따른 양극화 추세가 계속되면 세계 어디서나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소득주도 성장론의 대표적 처방 중 하나인 노동조합의 협상력 강화를 통한 임금인상처럼 임금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치는 시장경제의 효율적인 작동을 위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기술 진보와 세계화로 노동의 몫이 구조적으로 줄고 수요 부족이 만성화한 상태에서 성장 전략으로서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수요 진작책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런 처방은 “시장경제가 본연의 기능을 잘할 수 있게 하는 기반 구축으로서, 시장경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꾸준히 실천해 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탰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노동소득 분배율을 중장기 경제 전략의 지표로 설정하고 관리하고 정부가 개입하는 재분배인 복지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말 서구 나라들은 정부지출 비중이 높고 국가채무 규모가 커 민간의 분배 변화(노동소득 증대)로 수요증대를 꾀했으나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국의 복지지출 비중이 서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므로 민간의 분배 변화(소득주도 성장) 뿐 아니라 복지지출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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