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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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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고령화시대-르포] ’눈물바다‘ 동물장례식장…“우리 아이, 쓰레기봉투에 버릴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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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경기도 김포의 한 동물장례식장에서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모습.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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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례식장 찾은 가족들 ”사랑으로 키운 자식같은 아이들”

-납골당엔 사진 등 추억 가득…“매주 안아주고 가요”

-서울과 인천 동물장례업체 0곳…원정 장례 떠나야

[헤럴드경제=정세희ㆍ이민경 기자] “가족으로 키운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요.”

경기도 김포의 한 동물장례식장에서 이모(36)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씨는 열살 터키시 앙고라 고양이 ‘양이’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서울 광진구에서 이곳을 찾았다. 그는 양이가 여덟 살 때 보호단체에서 입양했다. 그는 “당시 잘 걷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아마 이전 주인이 버린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유리창을 통해 양이가 화장되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은색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화장로는 크기가 작은 것 말고는 사람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전 4kg 남짓 나가던 양이는 한 줌의 하얀 분골이 되어 나왔다. 분골은 흰 한지에 싸여 어른 주먹만한 유골함에 넣어졌다. 이 씨는 “사랑으로 키운 양이는 내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유골함을 가슴에 꼭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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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의 한 동물장례식장에서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모습. [이민경 기자/thin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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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김포 도심에서 제법 떨어진 동물장묘업체이었지만 반나절동안 다섯 가족이나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렀다.

이날 윤혜정(48) 씨가 18년을 함께 했던 하얀 말티즈 ‘다복이’의 장례식도 열렸다. 사람으로 치면 100세도 넘은 다복이는 2년 전까지도 잘 뛰어 놀았다고 한다. 하지만 치매에 걸린 후에는 점점 마르고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상당했다. 윤 씨는 “다복이게 모든 열정을 다 쏟았다. 이렇게 끝까지 돌보고 다복이가 떠나니 새 강아지를 키울 엄두가 안 난다”며 말했다.

화장 후 나온 다복이의 유골은 머리, 몸통, 꼬리가 구분될 만큼 형체가 온전했다. 골다공증이 있었다면 뼈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하게 자라왔다는 방증이다. 함께 온 주변 사람들이 “다복이는 이름 그대로 평생 가족에게 사랑 받고 마지막까지도 이쁨 받으며 가네“라고 말하자 내내 담담하던 윤 씨는 안경 속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곳 1층에는 화장로와 분향실이 있고 2층에는 추모공간 역할을 하는 납골당이 있었다. 납골당엔 반려동물이 생전 좋아했던 장난감, 간식이 칸마다 빼곡히 들어있었다. 반려동물과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가득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반려견 주인은 “매주 이곳을 찾아 죽은 강아지의 유골함을 꺼내 한 번씩 안아준다”고 말했다. 매주 오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집에 두면 습기에 분골이 변질 될 수도 있다. 또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좀 덜 아프다”면서 “그래도 집에서 30분 거리라 괜찮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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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에 붙여진 가족들이 반려동물에게 보낸 편지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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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려동물의 장례를 위해 먼 곳에서 이 곳을 찾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현행법상 현행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에 해당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동물장묘업체에서 화장을 할 수 있지만 현재 서울과 인천에는 동물장묘업체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작년 기준 서울과 인천에 각각 26만1124마리, 7만4843마리의 반려동물이 등록돼 있지만 이 지역엔 동물장묘업체가 없다 보니 원정 장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대전, 울산, 울산, 전남, 제주에도 동물장묘시설이 없다.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 소음, 환경 오염 등을 이유로 설립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장묘업체 관계자는 “님비현상은 어쩔 수가 없다. 사람 장례식장도 싫어하는데 동물 장례식장 싫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서 “그래서 많은 장묘업체들이 애초에 갈등이 생길 수도 없도록 주택이 없는 곳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세 시츄를 키우고 있는 서울시 성북구의 김모(31) 씨는 “애지중지 키운 강아지를 폐기물 처리해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대중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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