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맞대고 술을 마시는 순간 그동안 쌓였던 좋지 않은 감정이 불거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명절 직후 고부(시어머니와 며느리), 장서(장모와 사위)간 갈등이 폭발해 이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게 현실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6년 접수된 이혼신청은 10만8880건으로 하루 평균 298건이다.
반면 설날과 추석 이후 열흘간은 하루 평균 약 577건으로, 이혼 신청이 평상시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명절에 모여 정겹게 술 한잔? 케케묵은 감정 폭발
명절 기간 가정 폭력 등 각종 인권침해에 노출되는 여성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과 추석 명절기간 전국의 18개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에 접수된 상담은 3만141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상담실적은 △2013년 3163건 △2014년 4725건 △2015년 5788건 △2016년 6234건 △지난해 8779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피해 유형별 최근 5년간 상담 실적으로는 가정폭력이 전체 상담건수 3만1416건의 60%인 1만90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이 1428건, 성매매가 316건, 기타 1만594건 발생해 가정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 의원은 "명절 연휴 기간의 가정폭력을 단순한 집안 내 갈등 문제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 연휴 각종 지출 커져, 경제적 부담도 적지않아
안타깝게도 명절 그 자체가 부부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
부부 입장에서는 며느리 노릇, 사위 노릇, 자식 노릇도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명절 기간에는 지출도 커져 경제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명절 연휴를 폐지해 달라’는 내용의 게시글도 올라오기도 했다.
그만큼 명절의 의미가 과거와 같지 않고, 명절 그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절 기간의 성차별 중 1위가 ‘여자만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남녀불문 이 항목이 1위를 차지했다. 명절이 여자에게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선 평소라면 웃고 넘겼을 일에도 싸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가 싸움을 하게 되면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모조리 끄집어내어 다투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족간 가장 큰 추석선물 '격려' '배려'
우리나라에 고부갈등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영원한 숙제'로, 결혼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시집과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집집마다 다른 제사에 얽힌 갈등, 손자에 대한 시부모의 집착 등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유형의 고부갈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심각한 고부갈등은 민법 제 840조 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한다"며 "악화된 고부갈등으로 인하여 이혼을 결심한다면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악화된 고부갈등을 이혼 사유로 인정해 이혼이 성립되면 시어머니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순 없는 것일까.
먼저 부부간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 명절이 가족간 불화의 장이 아닌 가족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명절 음식 준비를 아내에게만 맡길 게 아닌, 남편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또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화 주제는 피해야 한다.
명절은 모처럼 가족들이 한 자리 모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배려하고 이해하며 격려한다면 행복한 명절이 될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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