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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먹방만으로는 부족하다…지금은 '먹콘(먹방 콘서트)'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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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토크쇼로 진화한 ‘먹방’
보는 먹방에서 참여하는 먹방으로
전문가들 "먹방의 살롱화"

2000년대 후반 인터넷 1인 방송을 통해 ‘먹방(먹는 방송)’이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음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누군가 먹는 모습을 ‘그저 쳐다본다’는 컨셉트는 전에 없던 것이었다. 먹방은 국내외로 인기를 끌었다. 외국에서 ‘mukbang(먹방)’이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 먹방은 주로 폭식, 괴식(怪食) 등 먹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뒀다. 자극적인 음식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많이 먹는 방송이 난립했다. 그러나 차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콘서트·토크쇼로 진화했다. CNN은 이를 ‘소셜이팅(social eating·타인과 소통하면서 식사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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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은 시청자 30여명과 함께 한 ‘제1회 먹방 콘서트’를 방영했다./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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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을 넘어 이제는 ‘먹방 콘서트’가 대세
지난 6월 28일 서울 관악구 치킨집에서 ‘먹콘(먹방콘서트)’가 열렸다. ‘뚱4'라고 불리는 개그맨·개그우먼 넷이 출연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이 개최한 행사로, 62명의 시청자를 먹방에 초대했다. 진행자인 개그맨 김준현은 대야에 대형 샐러드를 버무리며 "여러분들 덕분이다. 모여야 이렇게 (거대 샐러드) 먹지요"라고 말했다.

이날 ‘먹콘’은 프로그램 시청자들 가운데서 사연을 보내온 1246명 가운데서 62명을 추렸다. 6살 최연소 어린이부터 프랑스 국적의 외국인까지 참석했다. ‘돼지갈비 편’ 먹콘에 나온 강민(13)군은 잡채에 고기를 싸서 먹는 자신만의 노하우을 공개했다.

먹방으로 유명세에 오른 방송인은 직접 ‘순회 먹콘’을 하기도 한다.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대표적이다. 키 188cm, 몸무게 100kg인 그가 미식(美食)을 즐기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하자, 외식업체들이 앞다투어 ‘돈스파이크 모셔가기’에 나선 것. 그는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한우 숯불구이 축제, 제주도 흑돼지 축제 등에 출연하고 있다. 돈 스파이크가 직접 구워주는 고기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축제를 찾는 ‘열성 팬’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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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 먹방 콘서트’에 나선 돈스파이크(왼쪽)와 ‘먹방 토크쇼’로 인기를 끈 예능프로그램 ‘밥블레스유(오른쪽)’/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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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보다 이야기가 핵심이 되는 ‘먹방 토크쇼’도 있다. 지난 6월 시작한 예능프로그램 ‘밥블레스유’는 맛집에서 시청자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라디오 상담프로그램 형식에 먹방을 입힌 것이다.

지난달 23일 ‘밥블레스유’ 진행자 이영자는 "자주 다니던 골뱅이 집이 사라졌다. (어떻게 된 것인지) 제보해 달라"고 시청자에게 부탁했다. 시청자들은 골뱅이 가게의 행방을 추적, 이영자에게 제보했고 이 내용은 전파를 탔다. 시청자가 먹방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먹방 콘서트·먹방 토크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먹방’이 만든 신(新)문화로 해석한다. 박동숙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먹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먹방에 대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아이돌 팬클럽 모임이 생겨나듯, 음식을 매개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 나누는 일종의 ‘먹방 살롱문화(사교모임)’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먹방 여행, 먹방 자장가... 장르 넘나드는 ‘먹방’ 콘텐츠
먹방은 장르를 뛰어넘어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하고 있다. 먹방이 여행·경연·사운드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는 것이다. 최근 여행 프로그램 대세는 ‘먹방 투어'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서 ‘먹방 투어'로 검색하면 수많은 여행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전통시장부터 유명 맛집, 고급 호텔까지 가리지 않는다. 여행 코스에 맛집 패키지를 넣고 식당 할인쿠폰을 포함한 먹방 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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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먹방 투어 소개 패키지.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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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집중하는 먹방도 뜨고 있다. 먹는 소리를 중계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먹방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라는 표현도 탄생했다. 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라는 뜻이다.

유튜브 구독자 150만명을 확보한 BJ ‘뽀모’는 ‘먹방 자장가’로 유명하다. 오로지 먹는 소리만 들려주는 먹방인 것이다. 방송 진행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닭다리를 베어먹는 소리, 물을 씻는 소리, "꿀꺽꿀꺽" 콜라를 마시는 소리만 끊임 없이 들린다. 그의 닭다리 뜯는 소리 영상은 조회수 360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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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유명 BJ 뽀모(PPOMO)가 올린 ‘먹방 ASMR 영상./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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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소리 뿐만이 아니다. 음식 만드는 소리를 들려주는 먹방도 있다. 굽고 끓이고 볶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이런 형태의 방송은 일본 시청자들에게 특히 인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먹는 것을 보여준다’는 공식에 시청자들이 식상해진 것"이라며 "현재는 먹방에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는 과도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변신 자체가 먹방이 얼마나 인기 있는 장르인지 보여준다"며 "당분간 ‘진화하는 먹방’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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