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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가계동향조사 2020년 바뀐다..."소득주도성장 조바심이 부른 통계참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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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신뢰 논란’을 빚었던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이 18일 발표됐다. 개편안은 지난해부터 따로 통계를 낸 가계 소득과 가계 지출 부문을 2020년부터 통합해 분기별로 발표하고, 조사 방식 및 표본도 재설계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계동향조사가 1년여만에 개편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조바심 때문에 통계의 일관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부터는 가계 소득을 과거와 비교할 수도 없게 된다.

원래 정부는 표본 응답 신뢰성의 문제가 제기된 가계동향조사를 올해부터 폐지하기로 하고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결과를 공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소득 증가율(3.1%)이 3년여만에 가장 높게 나오자 정부는 이 계획을 뒤집고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반대로 최악의 소득양극화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와 여권이 가계동향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수치가 좋을 땐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라며 홍보하더니 수치가 나쁘게 나오자 통계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말바꾸기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갑자기 경질되면서 문책성 인사 논란까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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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동향조사 왜 자꾸 바뀌나?…소득주도성장 홍보가 화근

가계의 소득과 지출 동향을 파악하는 가계동향조사는 2003년부터 실시됐다. 약 8000가구가 3년 동안 스스로 소득과 지출을 적어 통계청에 제출하는 가계부 방식이었고 분기별로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통계 신뢰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고소득층이 일부러 가계부에 소득중 일부를 누락해 현실과 통계 지표간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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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2017년 가계동향조사 개편 전후/출처=통계청



이에 통계청은 지난해부터 가계동향조사를 소득(분기별)과 지출(연간)로 분리해 발표했고 조사방식도 가계부 방식에서 면접 조사표 방식으로 바꿨다. 또 올해부터는 소득 통계는 폐지하고 지출 통계만 공표하기로 했다. 가계 소득은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연간 단위로 공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로 대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계소득동향(소득) 폐지를 앞둔 지난해 4분기 가계 소득 지표가 좋게 나오자 여권에서는 돌연 ‘유지’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4분기 빈곤층인 소득 1분위(최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8%와 7.6% 급감한 것과는 달리 10.2%나 증가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홍보하기 위해선 연간 단위 지표 보다 더 자주 나오는 분기별 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의 결정은 ‘제 발등 찍기’의 결과를 낳았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가계동향조사(소득)의 올해 1분기와 2분기 소득 양극화 지표는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권이 또 다시 가계동향조사 개편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 가계동향조사 2017년 전으로 회귀...전용표본 사용

청와대와 여권의 압박에 통계청은 이날 가계동향조사를 2017년 전으로 되돌렸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과 지출 부문을 다시 합치고, 면접 조사 방식을 가계부 방식으로 다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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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동향조사 개편안/출처=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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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과거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표본을 재설계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경제활동인구조사시 같은 표본에서 가계동향조사도 했지만, 앞으로는 가계동향조사를 위한 전용 표본을 별도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 표본 가구가 36개월 가계부를 계속 작성할 경우 제대로 된 응답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가계부 작성 기간을 12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표본 가구는 6개월 작성 후 6개월 쉴 수 있다. 가계부 조사 항목수도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이 기존의 문제점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청와대와 여권의 기존 주장도 앞뒤가 안맞게 됐다. 청와대와 여권은 올해 1~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지표가 나쁘게 나온 건 표본 가구수가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어난 가운데 노인 등 저소득층 표본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이 정말 표본 오차의 문제점을 고치려면 계획대로 가계동향조사(소득)를 폐지하고 정확성이 높은 가금복으로 대체하면 된다. 결국 정부 정책 홍보를 위해 분기별 공표되는 지표를 포기하지 못하면서 2020년부터는 표본이 더 크게 달라지는 통합 가계동향조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 2020년부터 가계 소득 동향 통계 시계열 끊길 우려

가계동향조사가 또다시 개편되면서 과거와의 비교를 위한 시계열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통계는 과거와 수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계열이 가장 중요하다.

통계청의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현 가계동향조사 소득과 지출의 시계열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유지된다. 통계청은 2017년 이전 가계동향조사 지표와도 비교가 가능하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가계동향조사(소득, 지출)가 폐지되면서 시계열이 완전 중단된다. 과거와의 비교가 불가능해지면 통계 지표로서 일관성과 정확성을 상실할 수 있다. 다만 통계청은 2019년에는 결과를 공표하지 않지만 개편된 가계동향조사를 실시해 2020년 통계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은 시계열 중단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연구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통계청 관계자는 "내년에 통합 가계동향조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시계열 단절 문제에 대해선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가계의 소득을 나타내는 통계 지표가 분기별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공표), 분기별 통합 가계동향조사(조사하되 미공표), 연간 가계금융·복지조사(공표)로 3개나 되면서 통계에 대한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전슬기 기자(sg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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