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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바른미래당, 손학규 체제 출범…'당 화합·지지율 제고·구조조정'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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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후보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27%의 지지율을 얻어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손 신임 대표의 뒤를 이어 하태경 의원(지지율 : 22.9%)과 이준석 노원 병 지역위원장(지지율 : 19.3%)이 선출직 최고위원이 됐다. 권은희 전 의원은 여성 몫 최고위원으로 자동 당선됐다.

이날 출범한 바른미래당의 새 지도부엔 당 화합과 지지율 제고, 당 구조조정이라는 숙제가 부여됐다.

◇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 간 화학적 융합 이뤄낼까

바른미래당 손학규호의 직면 과제는 당의 화학적 융합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며 출범했지만, 출신 정당에 따라 조직이 따로 움직여 ‘물리적 결합’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13 재보궐 선거 때도 계파 공천 갈등으로 자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오는 2020년 총선 전까지 당을 ‘원 팀(One Team)’으로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당선 수락사에서 "무엇보다 당의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안의 분열, 우리 안의 진보·보수, 우리 안의 영남·호남, 우리 안의 계파 등 모든 이분법을 뛰어넘어 우리 안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한 의원은 "손 대표의 최대 장점은 융화의 리더십"이라며 "화학적 융합이 되지 않은 당을 하나로 뭉쳐 차기 총선과 대선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손 대표를 향했던 이른바 ‘올드보이’ 논란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이 각 당을 이끌고 있는 만큼 희석될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 체제에 의구심을 던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바른정당 출신 당 관계자는 "손 대표가 진보 인사를 영입한다는 등 ‘좌클릭’ 메시지를 던졌다"며 "바른정당 출신들이 수용하기 힘든 메시지가 계속되면, 통합의 가치는 약화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당 지도부 때문에 올드보이 이미지가 희석된다고 해도, 바른미래당의 모토는 ‘젊고 개혁적인 정당’이었는데 손 대표가 이런 이미지와 어울리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손 대표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계파 충돌을 터트릴 수 있는 뇌관이다. 안 전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독일로 공부하러 가겠다"며 2선 후퇴를 천명했지만, 지난달 말까지 한국에 체류하며 손 대표를 물밑에서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 한 의원은 "당 대표 선출대회 과정에서 안철수 전 의원이 사실상 개입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며 "이같은 생각에 손 대표를 쉽게 지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손 대표로서는 당내 분란의 도화선이었던 이념 정체성 문제에서 바른정당 출신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품고 가며, 안 전 의원의 ‘후원’ 논란을 비껴갈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 제3당 존재감 각인과 黨 구조조정 완수 중책도

향후 정국에서 원내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손 대표의 책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의 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출범 후부터 지난달까지 5~8%대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국회 특수활동비 철폐 이슈를 주도하며 지지율이 깜짝 오르긴 했지만, 소폭에 그쳤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특활비 논란에서 바른미래당이 이슈를 선도한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효과가 오래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같은 개혁 이슈 선점을 통해 추가적인 당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특히 자신이 당 대표까지 지냈던 더불어민주당과 어떻게 소통하고 견제할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던 만큼, 협치의 여지가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선 손 대표의 좌클릭 행보로 보수진영 내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 구조조정도 손 대표 앞에 놓인 난제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바른미래당은 지난달까지 희망퇴직을 통해 당직자들을 일부 정리했다. 당 사무처는 추가적인 인력 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사무처장은 지난 1일 당직자들에게 "희망퇴직을 신청하신 분만으로는 구조조정이 완성되지 못해, 명예퇴직과 무급휴직을 불가피하게 추진하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지는 출신 정당 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들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바른정당 출신들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엔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 17명이 퇴직 의사를 밝히며 "바른미래당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헌신하면서 동고동락해 온 우리들을 당의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당 지도부에 분노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처럼 구조조정에 따른 당직자들의 반발과 계파 갈등 확산 여부는 손 대표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

조선일보

8일 오전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이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손 고문은 “진보·보수, 영·호남 통합으로 개혁의 정치를 살리겠다”고 했다./이덕훈 기자


◇ 손학규 신임 당대표는

1947년 경기도 시흥(현재 서울 금천구)에서 출생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하대·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민주자유당 후보로 광명시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1994년 제15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2년엔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2007년 대선 정국에서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통합민주당의 창당을 주도하고 초대 당 대표를 지냈다. 2011년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서 당 대표직을 사임하고,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다. 2014년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수원 병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군의 만덕산에서 칩거 생활을 했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정계 복귀를 타진하다가, 같은 해 10월 정계 복귀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2017년 2월 국민의당에 입당해 상임고문 자격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원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바른미래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송파 을 출마를 놓고 당내 공천 갈등이 확산되자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배우자 이윤영 씨와의 슬하에 두 딸이 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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