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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대통령 경제자문 수장의 苦言 "소득주도성장 매몰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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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文대통령 만나 작심발언… 일각선 "사실상 정책 수정 요구"

조선일보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비판적인 김광두(71·사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청와대는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소득 주도 성장 논쟁에 매몰되지 말고 더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부의장 조언이 단순한 우려 전달이 아니라 사실상 소득 주도 성장의 수정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헌법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의장인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기관이다. 원로 경제학자인 김 부의장은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캠프 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경제 분야 자문역 역할을 했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부의장은 어제(30일) 오후 1시간가량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하는 것이 '사람 중심 경제'의 한 부분인데 그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백 투 더 베이식(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소득 주도 성장을 변경하거나 폐기하라는 해석과는 다른 취지의 발언"이라고 했다.

청와대 설명에도 경제계 등에선 다르게 받아들였다. 최근 고용 쇼크에도 소득 주도 성장을 계속 견지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에게 정책 기조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람 중심 경제'는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내세웠던 슬로건이다.

김광두 부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책은 보약이 될 수도, 독약도 될 수도 있는데 소득 주도 성장은 이를 고민한 세련된 정책은 아니었다"며 사람 중심 경제를 해결책으로 언급했었다. 김 부의장은 "약자를 보호하는 방법은 일시적으로 먹고 살 것을 좀 대주는 방법이 있고, 사람의 능력을 키워주는 영구적 방법이 있다"며 "사람 중심 경제는 사람의 능력을 키워줄 수 있게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라고 했었다.

김 부의장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과 만남의) 전체적 내용의 윤곽은 김의겸 대변인의 설명과 부합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랬다가 다시 "통계 수치는 사후적 결과다. 정책 입안은 사전적이어야 성과가 크다"는 글을 올리고 '경기 침체 논쟁, 김광두가 맞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했다. 그간 자신이 해 온 주장이 옳고 현 정부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는 뜻이었다.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밝힌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과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는가? 전혀 아니다"고 했었다.

김 부의장과 가까운 한 정부 관계자는 "김 부의장은 평소에도 소득 주도 성장 기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왔다"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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