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꿔요
키아라 로렌조니 지음·소니아 마리아루체 포쎈티니 그림·김현주 옮김
분홍고래 | 40쪽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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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철이 끝났다. 지친 일상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들을 반겨주는 이는 어쩌면 집에 혼자 남겨졌던 반려동물일지 모른다. 그나마 집에 남아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이 기간 버려지는 동물도 많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를 보면 지난해 유실·유기 동물은 모두 10만2593마리였다. 동물이 가장 많이 유기된 때는 여름휴가 기간인 6~8월. 전체의 32.3%에 해당하는 3만2384마리가 이때 주인과 이별했다.
책에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10마리의 반려동물이 등장한다. 매일 잠만 자는 강아지부터 빈방에서 주인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물도 있다.
“‘나무’는 아침 여덟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집에 혼자 있어요, 낮잠을 자며 나무는 꿈을 꿔요, 오후 다섯 시가 빨리 지나가는 꿈을요.” 심심한 ‘나무’는 빨래 바구니에서 양말을 물어다 집 안 다른 곳에 쌓아놓는다. 집에 돌아온 주인은 그 모습을 보고 ‘나무’를 혼낼까? 나무는 그저 쌓아놓은 빨랫감 위에서 주인이 오길 기다리며 잠들 뿐이다.
“‘코난’은 덩치가 큰 사냥개예요. 코난은 암탉들을 한쪽 구석에 몰아 놓거나 입을 크게 벌리고 달팽이를 잡아요.” 농촌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코난’은 주변 동물들과 함께 이리저리 뛰며 논다. 마당에서 클로버 잎을 구경하고, 고양이와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주인이 없어도 신나게 밖에서 뛰노는 코난의 하루는 금세 저문다.
“‘초코’는 목걸이와 목줄을 잃어버렸어요. 이름을 불러주는 이도 없죠. 이 개는 매일 꿈을 꿔요. 누군가 다시 이름을 불러주는 꿈을요.” 갈 곳이 없는 ‘초코’는 이제 하루하루 자신의 이름을 잊어간다.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주인에게 이름이 불리는 꿈을 꾸지만, 언젠가 그 꿈에서도 ‘초코’라는 이름을 잃을지 모른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사람과는 다르지만 강아지, 고양이 등도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주인이 제 행동을 오해하면 서러울지 모른다.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인간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은 무엇일까. 동물들이 매일 꾸는 꿈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책은 말한다. “이 개들은 언제나 다른 꿈을 꿔요. 하지만 마음 깊이 간직한 똑같은 꿈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야’라는 말을 듣는 꿈이에요”라고.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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