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최하위 계층·자영업자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부분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김동연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 고용 참사, 분배 참사로 불린 경제지표가 나와서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선 김 부총리의 역할과 존재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이 경제지표까지 거론하며 성과를 설명한 것도, 정책실장이 나서 대통령의 발언을 보충 설명한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 과정에서 김 부총리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김동연 패싱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수·시민단체 출신 장 실장과 관료 출신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부작용 여부, 삼성 투자 구걸론 등을 둘러싸고 몇 차례 부딪쳤다. 김동연 패싱론이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는 "경제 컨트롤타워는 김동연"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은 더 이상 청와대 해명을 믿지 못한다. 지난 주말 대통령 발언으로 힘을 얻은 장 실장은 아예 김 부총리의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장 실장은 26일 간담회에서 "저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책을 맡고 있고 부총리는 정책 집행의 수장"으로 규정했다. 장 실장이 이끄는 청와대 정책실이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김 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는 단순히 집행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 안에 있는 스태프(참모)"라는 김 부총리 발언에 대한 응답이었다. 김 부총리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불거진 '사의설'에 대해 "어려운 고용 상황과 관련해 제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이 이야기를 확대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자리를 지킨다 해도 내각이나 시장에서 '영(令)'이 서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장하성과 김동연으로 대표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 대결에서 늘공이 사실상 완패하면서, 앞으로 정책 운용 중심이 더욱 청와대로 쏠리고, 이념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이런 분위기에서 관료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국민과 기업은 김동연 부총리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장하성 정책실장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며 "정부 내에서 외톨이가 되어 혼자 싸우는 김동연 부총리의 모습을 보면 한국 경제 전망이 어둡다"고 했다.
[최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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