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차 굴착기 최씨 “나는 보이지 않는 자영업자”
지난 2월부터 건설업 1인 자영업자 감소세 뚜렷
도소매→ 건설업→ 음식숙박→ 제조업 등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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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차 굴착기 노동자인 최창호(50)씨는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자영업자”라고 표현했다. 흔히 자영업이라고 하면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업을 떠올리게 되지만, 굴착기를 가지고 건설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일하는 최씨도 통계청 고용통계상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최씨는 “최근 들어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일반 음식점처럼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감이 끊기면 곧바로 폐업상태에 돌입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될 경우 한달 300만원 정도 되는 굴착기 할부 비용을 갚을 수가 없어 다시 빚을 끌어다 써야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킨집이나 편의점주들도 경기가 안 좋아서 어렵겠지만 그래도 정부가 이분들을 위해서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지 않느냐. 우리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자영업자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예로, 최씨는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를 통해 임금을 받기 때문에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석달 뒤에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렇게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사이에 부가가치세 납부기간이 돌아오면 대출을 받아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런 답답한 상황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이 관심을 기울여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23일 <한겨레>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해보니, 최씨처럼 건설업에 종사하는 1인 자영업자(직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는 지난달 한해 전보다 2만65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1인 자영업자는 전반적으로 고용 여건이 부진해지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감소세가 시작됐다. 지난 6월에도 2만3700명이 줄었고 7월에는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7월에 전체 1인 자영업자는 한해 전보다 10만1700명이 줄었는데, 이를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의 감소폭(-5만4300명)이 가장 컸다. 이어 건설업, 숙박 및 음식점업(-1만3900명), 제조업(-1만2400명) 등의 차례였다. 대표적 자영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보다 건설업에서 자영업자 감소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건설업 1인 자영업자는 건설기계를 소유하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인데, 최근 건물을 짓는 종합건설업이 부진하면서 고용 감소가 큰 폭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둔화가 해당 업종에서 가장 취약한 일자리인 일용직뿐 아니라 자영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제조업 자영업 부진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제조업의 1인 자영업자는 7월에 한해 전보다 1만2400명 감소했다. 통계청 쪽은 이들이 제조업 관련 기계를 수리하는 이들이거나 소규모 일감을 떼와 가족 단위 일을 하는 소규모 업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조업종의 1인 자영업자 감소는 지난해 12월(-2800명)부터 시작됐는데, 건설업처럼 점차 그 폭을 키워가고 있다. 이와 함께 택배기사나 개인택시 운전자, 대리운전기사 등이 포함된 운수 및 창고업의 1인 자영업자의 감소세도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월평균 1만7300명씩 감소했던 이 업종의 1인 자영업자는 올해 들어 7월까지도 월평균 1만4900명씩 줄어들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영세자영업 감소에서 상당 부분이 건설업, 제조업 등 분야의 특수고용 노동자일 수 있는데 최근 자영업 대책의 논의가 음식업이나 도소매업의 문제만으로 과잉대표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고 일감이 끊기는 즉시 폐업상태가 되는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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