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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이슈+] 미투, 고은의 명예, 그리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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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여성계가 고은 시인이 자신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2차 가해의 전형”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고은 시인은 본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박진성 시인에게 각 1000만원, 이를 보도한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 350여개 연대해 구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은 시인의 반격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을 묵살하는 것”이라며 “성폭력 가해자가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질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최 시인은 “민족 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며 “이 재판에는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발표했다. 또 뉴스에도 출연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최 시인의 폭로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고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세계일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고은 손해배상 소송 공동대응 기자회견에서 최영미 시인(오른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 시인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조현욱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장)는 “최 시인의 고은에 대한 성추행 폭로는 미투운동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라며 “이 재판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더 이상 예술성이란 미명 하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이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일은 늘 있어왔다”며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 2차 피해, 역고소 등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예술, 문화의 이름으로 행해진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라며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킬 마음이 있고,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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