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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말레이시아에 공들이는 중국, 일대일로 불씨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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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사업 폐기할라’ 방중한 마하티르 총리에 경협 등 약속

관련 사업 곳곳 ‘파열음’…중, 투자·원조 안기며 외교 총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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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베이징보다 먼저 첨단인터넷산업 중심지인 항저우를 방문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알리바바그룹 본사에서 모바일 결제 등 기술 분야 협력을, 지리자동차에서는 신에너지 차량 분야 협력을 약속받고 경제적 실리를 먼저 챙겼다.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8일 밤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한 마하티르 총리를 직접 맞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현대판 육·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며 10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와 추진 중인 ‘일대일로’ 구상이 위기에 봉착했다. 마하티르 정부는 22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중단하고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곳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통로여서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으로 꼽힌다. 친중 성향의 나집 라작 전 정권은 “일대일로는 역사적인 중요한 구상”이라고 평가했지만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마하티르 정부는 수익성이 없는 철도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아시아 곳곳에서 일대일로 구상이 암초에 부딪혔다. 스리랑카는 부채 11억2000만달러(약 1조2600억원) 탕감 조건으로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중국 초상그룹에 넘겼다. 파키스탄은 620억달러(약 69조원)의 합작사업인 라호르 경전철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고민하는 처지다. 미얀마 정부도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여기에 미국이 일대일로 맞대응 조치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1억1300만달러 규모의 기술, 에너지, 인프라 분야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에서는 일대일로에 한참 못 미치지만 영향력에서는 앞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협력 국가를 상대로 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7일 새로 선출된 임란 칸 파키스탄 정의운동당 총재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다음달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에서도 일대일로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력포럼을 계기로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 원조 등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일대일로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마하티르 총리와 시 주석 간 회담에서도 공사 단가를 낮추는 등 통 큰 양보를 통한 일대일로 회생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은 (일대일로 초기인) 5년 전과 비교해 인내심과 타협의 의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93세의 노련한 정치인 마하티르 총리도 중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항저우에서 베이징으로 항공편으로 이동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 항저우~상하이 구간을 고속철도로 이동하며 속도와 서비스를 체험했다.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들은 “마하티르 총리가 철도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하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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