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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가을의 전설` 피아노 향연…전석매진의 그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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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예브게니 키신, 김선욱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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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클래식 공연들이 정말 말 그대로 '쏟아진다'. 그 중 단연 화두는 올해 초부터 예고됐듯 '피아니스트'다. 관객층이 그리 두텁지 않은 국내 클래식시장에서 전석 매진된 공연이 올해 두 개나 있다. 하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대, 다른 하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독주회다.

키신의 연주는 소름끼칠 만큼 날카롭다. 엄청난 연습량에서 비롯된 터치다. 키신은 두 살 때 들은 음악을 그 자리에서 피아노로 연주해내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 피아노 신동. 하지만 그를 거장으로 이끈 것은 스포트라이트에도 흔들림 없는 피아노를 향한 진지한 태도와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평이다. 올해 내한 공연 계약서에도 '공연 당일 무대에서 6시간의 리허설 시간을 보장해달라'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키신은 10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하머클라비어 소나타와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를 선보인다. 국내 공연은 4년 만인데다 또 작년까지 2년간 '공연 안식년'을 가진 후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듀오무대를 갖는다. 국내 클래식계에 중요한 새 장을 열었다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전에는 동양인과 여성 연주자는 음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정경화는 오직 바이올린 실력 하나로 세계 무대를 홀리며 '현의 마녀'란 별명을 얻었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첫 한국인 우승자. 쇼팽 콩쿠르는 5년마다 열리는 '콩쿠르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가장 명성 높은 콩쿠르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우승한 아시아인은 조성진을 포함해 세 명뿐이다(1980년 베트남의 당타이손, 2000년 중국의 리윈디). 두 사람은 9월 12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슈만, 베토벤, 프랑크 곡을 선보인다.

키신과 조성진은 또 협연자로도 관객과 만난다. 키신은 11월 30일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은 11월 16일 앤토니오 패퍼노가 이끄는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와 무대에 오른다.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또 다른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로 두 사람 못지않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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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조성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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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예술감독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손열음은 가을엔 피아니트로 관객과 만난다. 10월 7일 지휘자 고(故) 네빌 마리너경을 추모하는 독주회 '아마데우스'를 연다. 손열음과 마리너 경은 2016년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ASMF) 내한 공연을 인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모차르트 협주곡 21번 녹음 후 마리너경이 운명을 달리하며 음반은 '미완'으로 남게 됐다. 손열음은 고민 끝에 이 음반을 '아름다운 미완' 그대로 출시하고 마리너경을 기리는 공연을 열기로 했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모차르트 협주곡 8번과 마리너경과 마지막 녹음곡인 협주곡 21번을 들려준다. 협주곡 21번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손열음에게 최고 연주자상을 안겨준 곡이기도 하다.

30대의 첫 해를 보낸 피아니스트 김선욱(31)은 9월 9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김선욱은 "10대 때는 '전문 연주자가 돼서 무대에 오르며 살아가야지'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정작 전문 연주자가 되니 목표를 잠시 잃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10대 초반 음악이 정말 좋았던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들려준다. 레퍼토리에서도 부담감을 덜어낸 듯하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 소나타 D장조와 베토벤 소나타 d단조를 배치하여 두 작곡가의 대비되는 모습을 소개하고, 2부에는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등을 들려준다. 모두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드뷔시가 20~30대 청년 작곡가 시절에 쓰인 작품들이다. 그는 "베토벤 전곡 연주 등 젊은 나이에 굉장한 도전들을 너무 빨리 했다. 당시 내가 이게 가능한지, 감당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하고 본 것 같다"며 "이번에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거장들이 작곡한 작품으로 솔직한 내면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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