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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국민연금 개편]'기금 소진≠연금 지급 중단'…성난 여론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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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국민연금 개편안의 윤곽이 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이후에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반발이 심상찮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지난 17일 공청회 이후 540여건의 청원글이 더 올라왔다.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10일 이후 지금까지 2600여건의 글이 게시됐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라" "의무가입 폐지하라"는 청원이 가장 많다. 정부가 공청회에서 공개되는 안은 자문안으로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궁금증이 큰 사안을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왜 의무가입인가.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공적연금제도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는 사람을 방치할 경우 대부분의 노인이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령화에 따른 노후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988년 1월1일부터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했다. 1999년 4월 1일에는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2057년에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닌가.
▶기금이 소진되면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선진국들의 공적연금은 적립기금이 없거나, 약간의 완충기금(buffer fund)만 보유한 부과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독일, 스웨덴, 일본, 캐나다 등은 과거엔 많은 적립기금을 보유했으나 이후 적립기금이 감소하면서 지금은 적립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로 운영한다. 그러나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연금이 원활하게 지급되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 기금 소진이 곧 국민연금 급여 지급 중단 또는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법으로 보장된 것으로,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제도(재정) 운영 상의 변화가 발생할 뿐 국가가 반드시 지급한다.

-우리나라는 왜 부과방식으로 당장 전환하지 않고 기금을 적립하나.
국민연금이 후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려면 현재의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후세대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부과방식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취약하다. 우리나라처럼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나타나는 국가의 경우 사전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기금을 적립하는 것은 세대간 형평성, 즉 미래세대로 과다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다. 기금소진 시점 이후 부과방식으로 운영한다면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 보험료 수입만으로 국민연금을 운영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을 보면,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2057년 24.6%, 2065년 29.2%, 2075년 29.7%, 2088년 28.8%로 추정됐다.

-우리나라도 향후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나.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621조7000억원으로 제도적으로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의 중간으로, 아직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큰 규모의 적립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장기 재정방식 등 일정시점 이후의 장기 운영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운영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건강보험과 같이 원칙적으로 매년 필요한 연금 급여만큼을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할 수도 있고(부과방식) 제도 개혁을 거쳐 지속적으로 일정 규모의 적립기금을 보유한 형태(부분적립)로 운영할 수도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지는 전문가 검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보험료율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보험료율의 평균은 2016년 기준 22.9%다. 영국 25.8%, 노르웨이 22.3%, 독일 18.7%, 일본 17.8%, 미국 13.0%, 캐나다 9.9%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 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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