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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대법원 “지배권·처분행위 없다면 타인 속여 재물 빼돌려도 사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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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대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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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방조로 기소된 정모(31)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가 받는 혐의인 사기방조죄 판단에 앞서 그 전제가 되는 사기죄의 성립을 직권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물 관련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범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착오로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관상 재물의 교부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어도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이지 않고 피해자의 지배가 있다면 그 재물에 대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금괴 교부장소인 인천공항 면세구역부터 전달 장소인 후쿠오카 공항 입국장에 도착할 때까지 운반책들 이동이 무역상에 의해 관리·감독되고 있었다”며 “정해진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에 “운반책들이 무역상의 금괴 교부 행위로 금괴에 대한 사실상 지배를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6년 11월 중개무역상이 홍콩에서 대량 구입한 금괴를 일본 후쿠오카에서 처분하면서 관세를 피하고자 운반책을 모집했다.

2017년 3월 정씨 등 금(金)운반책 9명은 금괴를 운반해주는 척하며 일본 오사카로 빼돌려 몰래 처분하려는 목적으로 서로 역할을 나누는 등 공모했다.

이들은 금괴가 든 가방을 옷 속에 둘러 숨기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금괴를 받을 당시 피해자 의도대로 후쿠오카까지 운반할 의사가 없었다”고 봤다.

1·2심 법원은 이어 “금괴가 담긴 허리 가방을 옷 속에 둘러 운반해 피해자로부터 금괴에 대한 점유가 이전된 재산상 처분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운반책들에게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운반책들이 금괴를 받은 것만으로는 피해자인 무역상의 재물을 취득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1·2심의 판결을 깨고 사기죄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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