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과 영남권 등 어느 지역이든 8·25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의 연설을 앞두고선 열기가 뜨거웠다. 당권주자 연설 전에 진행되는 행사장엔 각 후보 지지자들로 가득했고, 그들이 내뿜는 함성은 야구장 응원 못지않았다.
연설은 당대표 후보 3명이 먼저하고, 최고위원 후보 8명이 뒤를 잇는다. 대표 후보 연설 때는 장내가 떠나갈듯 박수와 환호성이 터진다. 그렇지만 최고위원 후보 연설 때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연설회장에는 각 지역 대의원과 당원들이 적지 않지만 후보 캠프에서 대동한 지지자들도 상당수다. 그런데 이들은 지지 후보 연설이 끝나면 곧장 연설회장을 빠져 나간다. 그들뿐이 아니다. 최고위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을 때는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대표 후보도 대부분 자리에 없다. 최고위원 후보 중 마지막 연사는 얼마 없는 청중을 바라보며 사실상 ‘나홀로 연설’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하루에 2∼3개 시·도를 돌아야 하는 빠듯한 일정 탓에 먼저 자리를 떠야 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형성하는 최고위원도 중요한 자리인데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없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들이 어떤 자세와 각오로 나왔는지 들어봐야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설훈 의원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 주인공은 뒤에 나와야 흥행이 되는데 최고위원 선거하는지는 일반 국민도 모르고 있다”며 “흥행이 돼야 하는데 최고위원 연설을 먼저하고 대표 후보는 뒤에 하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빠듯한 일정이 좀 문제가 있다”며 “후보들 합의가 돼야 가능한 부분이니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전대 연설회장에서 빈 청중석을 보며 자신의 공약을 설명해야 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직 세 번의 연설회가 남은 만큼 한 번쯤 연설 순서를 바꿔 최고위원 후보들의 포부를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여당에겐 정치적 자양분이 될 것이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 calli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