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상무위원, 베이징서 회의 주재…中지도부 공식활동 재개
최고지도부 집결 中 '베이다이허' (자료 사진) |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열려 관심이 쏠렸던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상무부총리가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경제권 건설 영도 소조 전체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한정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웨강아오 대만구' 영도 소조 조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홍콩과 마카오 행정장관이 조원으로 참석해 향후 중국의 정치 체제에 홍콩, 마카오의 편입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 부총리가 이날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이달 초부터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10여일 만으로 휴가를 겸한 베이다이허 회의가 폐막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 소식통은 "한정 상무위원이 베이징에서 회의를 주재했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다른 지도부 인사들도 복귀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면서 "이제부터 중국의 올해 하반기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베이다이허 회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열려 시진핑 주석의 1인 절대 권력을 공고히 하는 무대가 됐다. 시 주석은 이를 발판으로 집권 2기에 자신의 측근들로 지도부를 꾸리고 장기 집권을 위해 헌법까지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이라는 변수 때문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미국의 파상 공세에 직면한 미중 무역전쟁과 시진핑의 노선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보란 듯 터키에 파상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어 중국 지도부의 위기감은 부쩍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 계열의 원로들이 '도광양회'(韜光韜晦) 전략을 버리고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운 시 주석의 정책과 노선을 집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지도자들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우자는 '도광양회'(韜光韜晦) 전략을 채택한 것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에 대한 강경책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런 노선이 1인 체제 강화로 이어져 중국 내 반발이 커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을 불러 무역전쟁이 일어났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미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시 주석 지지 세력들은 시진핑 정책과 노선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몽'의 속도 조절을 통해 대외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시 주석을 당 핵심으로 뭉쳐서 미중 무역전쟁 등 위기를 타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 1인 체제를 확립시킨 최대 공신 중 한 명이었던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상무위원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발발이 중국의 과도한 우월주의적 대외선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과 함께 시진핑 개인숭배를 부추겨 당 원로들과 일반인의 반감을 샀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시진핑 집권 2기 토대를 단단히 하기 위한 의미가 있는데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큰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시 주석의 권위를 지키려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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