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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악플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는 최태원 SK회장의 법정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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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4일 자신과 동거인을 상대로 악성 댓글을 단 60대 여성 김 모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4월 악성 댓글을 작성한 일부 네티즌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이 중 재판을 받고 있던 피고인 김씨가 자신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대기업 회장이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악플로 인한 고통을 알리고 잘못된 댓글 문화에 대한 소신을 밝히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허위 댓글로 사실을 과장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며 "그래서 바로잡고 법정에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상습적인 비방 댓글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소상히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성 댓글은 우리 사회 소통 문화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치명적 병폐 중 하나다. 익명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악플은 타인의 인격을 살해하는 흉기가 될 뿐 아니라 여론을 왜곡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채선당의 임신부 폭행 사건(2012년), 240번 버스 사건(2017년) 등은 '아니면 말고식' 악성 댓글의 부작용과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누명을 벗은 240번 버스 기사는 악플이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들 사건 이후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때도 태극전사들과 가족들을 비난하는 악의적인 글들이 인터넷을 도배하는 테러가 벌어졌다.

유명인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욕설, 신상 털기, 허위사실 유포, 인신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다. 막말로 자신의 감정만 배설하면 될 뿐 당하는 사람의 고통 따위는 상관없다는 식인데 이같이 무책임한 행동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악플 비율이 일본과 네덜란드는 각각 20%, 10%인 데 반해 한국은 80%에 달한다는 통계는 공론의 장의 심각한 황폐화를 보여준다. 무분별한 악플의 용인 자체가 성숙한 소통을 포기하는 것이다.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민주주의 기반까지 흔드는 악성 댓글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벌해야 한다. 우리가 저급한 악성 댓글 문화를 대수술하기 위해서라도 포털의 댓글실명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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