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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국민연금 `바이오株 결벽증`…고수익 눈뜨고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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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자현황 첫 공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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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대형주를 쓸어담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주는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바이오주 활황장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로 수익률 하락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전체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걸쳐 767개 종목에 투자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내역 전체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지분율 5% 이상 종목에서 지분 변동이 생겼을 때 해당 사항을 공시해왔지만 지난 4월 모든 주식 투자 종목을 밝히겠다는 기금위원회 결정에 따라 전체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1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미만 지분을 가진 상장사는 481개사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4.02%) GS리테일(3.91%) 포스코대우(4.12%)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개별 종목으로는 국내 주식투자 자산군 내 비중에서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24.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코스피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가 4.27%, 시총 6위인 포스코가 2.46%로 뒤를 이었다. 코스피 시총 상위 15위 안에 있는 종목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국민연금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40%를 차지했다. 이번 공시를 통해 국내 주요 시총 상위 바이오주는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피 시총 4위인 셀트리온은 국민연금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9%로 평가액(투자액+수익률 합산액)이 2489억원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종목 편입 비중 순위에서 90위로 사실상 코스피 중형주에 가까운 편입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편입 비중이 극히 미미한 셈이다.

코스피 시총 5위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지난해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편입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였는데, 국민연금의 편입 비중은 0.54%에 불과했다. 편입 비중 순위 역시 36위로 코스피 시총 상위 대형주에 걸맞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 국민연금의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기피는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 편입 비중에서 더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이 0.05%, 평가액이 635억원에 불과했고, 코스닥 시총 3위인 신라젠은 편입 비중이 0.003%, 평가액이 34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9%, 신라젠이 0.34%로 일부 코스피 대형주의 시총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외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바이오주는 주가 변동성이 크고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아 위탁운용사도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고려해 투자에 소극적인 사례가 많다"며 "기금운용 규모가 크다 보니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보수적인 투자로 치우치는 사례가 많아 벌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 목적의 기금운용 특성을 고려한 결과라곤 하지만 지난해 바이오 활황장의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주요 시총 상위 바이오 종목은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05.9% 주가 상승률을 보였고 바이오주가 조정 국면에 진입한 올해에도 주가가 19% 추가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주가가 145.7% 급등했는데, 회계 부정 이슈로 홍역을 치렀는데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추가 주가 상승률만 22%에 달한다.

바이오주 고점 논란에 시달렸던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은 올해 주가 상승률이 각각 -21%, -41%로 부진했는데, 지난해 115.9%, 605.7%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지난해 상승분이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국민연금이 보수적 투자 기조 속에 머무른 반면 해외 연기금들은 국내 바이오주로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국내 주식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주식 수익률이 시장 기준 수익률을 상회하는 등 운용 성과가 좋았다"며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기금운용을 하는 만큼 단기 시황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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