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가해자가 서울서부지법에 소환된 모습. [연합뉴스] |
-“여혐의 산물” 국민 청원 하루 만에 7300명 동참
-법조계, “이례적 판결” vs “죄질상 실형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유포한 이른바 ‘홍대 몰카범’에게 법원의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편파 판결이라는 목소리와 법원의 엄벌 의지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14일 서울 서부지법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모(25) 씨에게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법원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초범인 안 씨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일부 여성들은 편파적인 판결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홍대 공연음란남 몰카 징역 10월 선고가 말이 되나?”라는 청원엔 하루 만에 7300여 명이 동참했다. 청원인은 “여성 누드모델이 피해자인 전남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은 가해자가 사과를 하면서 종결됐다”며 이어 “(안 씨에게) 선고된 징역 10월은 편파수사와 여성혐오의 산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번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불법 촬영 범죄 죄질상 중한 처벌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로 그치는 관행에 비추어보면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라며 “이번 사건의 수사가 유독 신속하게 진행됐고 실형 판결도 빨리 나온 반면 이보다 더 심한 성범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적이 많아 이번 판결을 두고 논란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올해 내놓은 ‘2017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1심 양형으로 벌금형이 72%로 가장 많이 선고됐다. 집행유예 15%, 선고유예 7.5%로 그 뒤를 이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그러나 초범이어도 죄질이 중했던 만큼 실형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수경 변호사는 “가해자가 몰래 촬영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유포했고, 사진의 수위가 높았기 때문에 처벌이 무거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피해자가 합의 의사가 없었고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했기 때문에 실형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범죄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법부의 기조가 바뀐 배경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과거 불법촬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초범은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불법촬영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사법부도 이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향후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 처벌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에 대한 처벌을 두고 남녀 차별 논란을 없애려면 무엇보다 수사기관과 공정한 수사와 사법부의 일관적인 판결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련 변호사는 “가해자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형이 나오는 것이 마땅하다”며 “앞으로도 사법부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해서 성별과 관계없이 엄중한 판결을 내려 일벌백계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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