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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리선권 “북과 남, 막역지우 됐다” 조명균 “한배 타면 한마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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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덕담 오고 간 남북 고위급 회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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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남, 남과 북의 관계가 이제 막역지우가 됐다.”(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조명균 통일부 장관)

4차 남북고위급회담 북쪽 단장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13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회담을 시작하면서,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막역지우’(莫逆之友)라는 사자성어에 빗댔다. 그는 “서로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지경에 위치해 있는 걸 보고 ‘막역지우’라 한다”며 “서로가 서로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손잡고 나가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남쪽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유로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막역지우’의 도리가 아니라는 지적으로도 읽힐 수 있다.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장관은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는 북한 속담으로 말문을 텄다. 그는 “막역지우라고 말씀하셨는데 거의 같은 뜻이다.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해 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자 리 위원장은 조 장관의 말을 이어받아 “한배를 타면 운명을 같이한다는 것”이라며 “마음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도 같이한다”고 부연했다. 리 위원장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막역지우, 한배, 한마음 등 덕담이 오가는 속에 야릇한 긴장이 있다.

‘긴장’의 실체는 리 위원장의 종결회의 발언을 통해 일부 언론에 노출됐다. 리 위원장은 “북남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책임적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결회의가 끝난 뒤 리 위원장은 ‘예상치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 취재진의 말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기자들이 ‘대북 제재 해제 전에 남북 경제협력이 어려운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대북 제재를 거론하는 남쪽에 물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사뭇 냉랭하다.

이날 회담은 오전 10시 시작해 오후 2시 이전에 끝났다.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9월 안 평양 정상회담’ 개최 합의 이외에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한 새로운 합의를 내놓지 못한 사정과 무관치 않은 ‘짧은 회담’이다.

한편 오전 전체회의 머리발언 시간에 리 위원장이 회담 전체를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했으나 조 장관이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리 위원장은 “(남북 회담을) 골뱅이 갑 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공개해서 투명하게 공정하게 회담할 필요가 있다”며, 1·3차 고위급회담(1월9일, 6월1일)에 이어 거듭 ‘공개 회담’을 제안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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