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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 사퇴 거부 “비난 있더라도…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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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종단 개혁 초석 마련한 뒤 연말에 사퇴”

자승 전 원장쪽과도 결별 독자행보 선언

23일 전국승려대회 추진쪽과 충돌할 듯



‘친자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했다.

설정 스님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진실을)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단식한 설조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적폐청산연대의 사퇴 압박에 이어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종단 주류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아 사면초가에 몰린 설정 스님이 사실상 사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이 종단 개혁을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설정 스님은 사퇴 기한을 연말로 못 박은 이유에 관해 “나는 종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스님과 불교 단체들이 많은 주장을 했는데, 그분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불교 개혁으로 엮어내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설정 스님은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이 위원회가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되도록 하겠다”며 “종단 원로 스님과 개혁 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설정 스님은 이어 혼탁하고 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총무원장 선거 제도에 대해 “직선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모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비구, 비구니스님들이 입산에서부터 입적 시까지 의식주와 의료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승려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당한 징계를 받은 승려들을 위한 복권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겠다”며 “삼보정재가 부당하게 유출되고 허실이 없도록 종단 전체의 재정투명화를 위한 제도 방안을 마련해 삼보정재가 훼손되거나 손실을 입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설정 스님의 발언은 자신을 총무원장으로 밀었다가 비토로 돌아선 자승 전 총무원장 세력에게 휘둘리지 않고 종단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조계종적폐청산연대는 오는 23일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통해 종단 개혁 추진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은 지난 8일 원로회의 의장 세민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종단 제도권에서 질서 있는 (설정 총무원장) 퇴진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승려대회가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명예롭게 퇴진되어야 함을 천명한 바 있다. 설정 스님의 이날 발언은 종정의 교시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선언한 것과 같다.

한편 ‘친자의혹’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설정 스님은 서울지방법원 제25민사부로 부터 유전자 감정일을 지정받고 지난 7일 오전 9시30분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유전자 검사에 따른 구강 점막세포를 채취했다. 그러나 ‘친자’ 의혹을 산 전아무개씨가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쌍방 유전자 검사를 통한 사실 규명은 어려운 상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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