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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가식은 곧 드러나” 홍준표 페북 정치 재개, 정계복귀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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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리얼리티로 정치를 했다” 페이스북에 글 올려

지난달 노회찬 죽음 관련 글로 ‘페북 정치 재개’ 평가

‘비대위 이후 내다 본 사전포석’ 분석도

“당 혁신에 걸림돌” “늘 하던 말” 당 내 반응 엇갈려



한겨레

미국으로 떠나며 ‘페이스북 정치’를 끊겠다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또다시 글을 올렸다. “저들은 정치를 퍼포먼스로 하는데 우리는 리얼리티로 했다”며 “진실은 가식을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식은 본질이 곧 드러나게 됩니다. 영원히 숨겨지는 가식은 없다”고 썼다. 홍 전 대표가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달 11일 미국으로 떠나면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페이스북으로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엔 조지훈의 시 <낙화>를 인용하며 “페이스북 정치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내용의 글과, 손녀와 함께 어울리는 사진도 올렸다.

떠날 때부터 복귀 시점을 두고 전망이 분분했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연말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복귀 시점을 오는 연말이나 내년으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홍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일단 홍 전 대표는 올해 추석 전에 한국 땅을 밟는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다. 그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지, 정치 현업에 복귀할 지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앞서 그는 지난달 28일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과 관련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책임회피”라는 글을 올려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했다는 평을 받았다. 미국으로 떠난 뒤 북핵 문제 관련 글(7월20일)을 한차례 페이스북에 쓰긴 했으나, 노 의원의 영결식 다음날 올라온 ‘자살’ 언급 글의 경우 정의당을 비롯한 여·야 정당의 비판을 한 몸에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현 지도부는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 재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내심 불편해 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당시 노 의원 관련 홍 전 대표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민주주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말”이라며 공식 언급을 꺼렸다. 다만 다수의 당 혁신비대위원들은 “현장에 나가보면 (홍 전 대표의) ‘막말’ 비판이 많더라”며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도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페이스북을 통한 홍 전 대표의 최근 ‘발언’들이 야당 관련 뉴스를 다시 도배했던 여파로 빚어진 ‘후일담’을 전했다. “(민생투어를 하면) 사람들이 와서 (홍 전 대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중 어떤 사람은 ‘홍준표 대표는 미국 갔다더니 한국 와 있더구만’이라고 호통을 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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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한달여 앞둔 지금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 재개는 비대위 이후를 내다 본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초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추석 귀국에 앞서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타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 자율주의’에 방점을 찍은 현 지도부의 ‘중도’ 지향 노선이 뚜렷해지면서, ‘이러다 집토끼도 놓친다’는 위기감과 불만이 당 내 강경파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당 내 일각에서는 “홍 대표 체제에 대한 반감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 홍 전 대표가 돌아왔을 때 당 내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내다본다. 이런 맥락에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중도 성향의 의원은 “당 혁신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쓴 소리를 했지만, “늘 하는 말을 했을 뿐” “과연 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끊을 수 있다고 봤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의원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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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다른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치러질 때는 전통적으로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홍 전 대표로서는 오는 전당대회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20~30%의 고정 지지층만 확보한다면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지난번엔 당내 비대위 구성 논란이 있었다. 지금은 시기상으로는 ‘건국절’ 논쟁이 있고, ‘북한산 석탄 반입의혹’으로 현 정부의 남북관계 ‘훈풍’이 주춤한 상황에 비대위의 현안 대응 문제가 거론되는 시점이다. 이런 ‘타이밍’을 활용할 줄 아는 게 당 내 계파도 없는 홍 전 대표를 대표직까지 오르게 한 비결”이라며 “앞으로 점차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담론정치’를 놓고 ‘말은 좋은데 그래서 된 게 뭐가 있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고, 그럴 때마다 홍 전 대표의 글이 화제가 되면 ‘말은 험해도 맞는 말을 했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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