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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삼성의 반쪽짜리 약속…지원한다던 7500억, 실제론 ‘절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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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2년까지 미래기술 1조5천억 지원한다지만…

5년 전에도 미래기술 7500억 투자계획 발표

집행은 3천억~4천억…삼성 “지원과제 선정 어렵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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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난 8일 2022년까지 1조5000억원을 미래기술 육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발표된 180조원 신규 투자계획에 가려졌지만, 상당한 규모의 지원금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8일 발표 때도 5년 전 내놓은 계획을 다시 꺼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삼성은 13일 이 사업만을 위한 별도의 기자 브리핑을 또 열었습니다. 2013년 시작된 미래기술 육성 사업 5주년을 기념해,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사업의 시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 경제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비롯됐습니다. 2013년 5월 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가진 방미 경제인 간담회 조찬 자리에서 “창조 경제가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습니다. 삼성은 열흘 뒤 1조5000억원 상당의 미래기술육성 재단 계획을 발표했고, 석 달 뒤인 그해 8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은 지난 5년간 대학과 연구소 등의 과제 428건에 총 5389억원을 지원했거나 지원할 예정입니다. 건당 평균 지원액이 12억원이 넘습니다. 기초과학 분야가 149건에 2184억원이고, 소재와 ICT 등 실용 분야는 279건에 3205억원이 지원됐습니다. 혜택을 받는 인원만 무려 7300여명에 이릅니다. 삼성은 앞으로 5년 동안 9600억원을 더 지원해, 2022년까지 모두 1조5000억원을 미래기술 분야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우선 삼성은 2013년 5월 미래기술 육성 사업을 발표할 때 ‘2017년까지 7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출범 첫 해인 2013년 3000억원을 우선 출연하고 2017년까지 5년간 총 7500억원을 투입한 뒤, 개선사항을 보완해 2022년까지 추가로 75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7월까지 실제 지원된 돈은 5400억원에 그쳤습니다. 애초 약속보다 약 2100억원 정도가 부족합니다. 게다가 5400억원에는 지원하기로 약속한 돈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 지원이 완료된 돈만 따지면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애초 계획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 쪽은 ‘지원 과제를 선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국양 삼성 미래기술재단 이사장은 “사업 평가를 절대 평가로 진행한다.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과제는 뽑지 않는다. 양적인 평가를 하지 않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원할 채비는 돼 있지만, 지원 과제들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였습니다.

지원 형식도 애초 계획에서 후퇴했습니다. 삼성은 애초 공익재단을 만들어 1조5000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특허 사용권을 두고 미래부와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삼성은 지원금을 통해 확보된 특허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상통상실시권’을 요구했고, 미래부는 ‘공익재단은 삼성 소유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결국 삼성은 재단에 5000억원만 집어넣고, 1조원은 자체 지원센터를 통해 굴리는 방식으로 사업 형태를 바꿨습니다. 삼성 입지가 넓어진 만큼 공익성은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실제 지원도 독립성이 큰 재단 쪽보다는 삼성이 자체 운영하고 특허 사용권이 있는 센터 쪽에 1.5배가량 지원이 더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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