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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법원 “‘성폭력 의혹제기’ 한국당 의원들, 안경환 아들에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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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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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 안모씨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안씨에게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안씨가 주광덕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주 의원은 안씨에게 3500만원을 주되, 이 가운데 3000만원은 나머지 9명의 의원들과 함께 지급하라”고 13일 선고했다.

지난해 6월 한국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안 교수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당시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주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통해 “안 교수의 아들은 하나고등학교 재학 당시 여학생을 기숙사로 불러들이고 친구들에게 피임기구를 가져오도록 했다”며 “이후 (이 같은) 행위가 적발돼 성폭력 의혹으로 교내 선도위원회에서 퇴학 처분을 만장일치로 결정 받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 측은 이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당시 안 교수 측 변호인은 “‘남녀 학생 단 둘이 밀폐된 공간에 같이 있으면 안된다’는 교칙을 위반해 문제가 됐던 것으로, 두 학생 모두 2주 특별교육 및 추가 1주의 자숙기간 권고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 측은 그러면서 “‘남녀 교제’를 ‘남학생의 성폭력’으로 허위 중상해 돌이킬 수 없는 명예훼손을 초래했다”며 주 의원 등을 상대로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주 의원과 함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한국당 곽상도·김석기·김진태·여상규·윤상직·이은재·이종배·전희경·정갑윤 의원이 소송 대상이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안씨에 대한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을 뿐, 안씨가 성폭력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단정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씨가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사자들 간에 다툼이 없다”면서 “피고들은 ‘하나고가 안씨에 대해 성폭력 또는 성폭력 의혹을 사유로 징계처분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씨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해 명예가 훼손돼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헌법상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 기자회견이 이뤄졌다며 “인사청문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적시된 허위사실이 성폭력에 관한 것이라 안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심하게 저하될 수 있었다”면서도 “기자회견을 한 동기에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손해배상 청구액의 일부만을 인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장 등을 역임한 안 교수는 저서에 쓰인 여성 비하 내용 등이 논란이 돼 지난해 6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사퇴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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