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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위안부 할머니들 행동 보고 재일동포로서 용기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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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광복절 맞아 한국와 ‘평화의 우리집’ 방문

“위안부 할머니들이 내 할머니일수도

잊혀지는 위안부 피해 기억하고 행동할 것”

위안부 할머니들은 재일동포 청년들 격려

“강제징용이나 징병자 후손 많아

일본서 미안해하고 우대해 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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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일동포로서 역사관을 갖게 되면서 깨달은 것은 위안부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일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도 제 할머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재일동포 3세일 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세’라고 생각합니다.”

재일동포 3세 서마미(34)씨가 서툰 한국어로 말을 이어나갔다. 말을 듣고 있던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3)·길원옥(90) 할머니는 지긋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13일 오전 시민단체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재일동포 청년 10여명이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나눈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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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지역의 재일동포 30대 청년 8명과 일본 30대 청년 4명 등으로 구성된 13명의 ‘조일우호 청년단(청년단)’이 일제강점과 분단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들 중에는 야하타 제철소 강제징용 피해자인 배동록(73)씨와 ‘강제징용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일본시민모임’에서 활동하는 기무라 히데토(72)씨도 포함됐다. 4박5일간의 방한 일정 중 삼일째를 맞은 청년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 ‘일본에서는 부정되거나 잊혀지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할머니는 재일동포 학생들과 인연이 깊다. 김복동 할머니는 재일동포 중고등학생들에게 1년에 두 번씩 25만엔의 학비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4명의 학생이 장학금에 지원을 했는데 2명을 고를 수가 없어 4명 모두의 학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일본 서남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피해를 입은 일본 와카야마현의 조선초중급학교에 두 할머니가 각각 백만원씩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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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에서 우리 교포들을 우대해줘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할머니는 “일본에 사는 교포들은 일제시대 때 강제징용과 징병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사람들의 후손이다. 일본에서 괄시를 받을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미안해하고 우대를 해줘야 할 사람들이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김 할머니의 말에 몇몇 청년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재일동포 3세인 리대미(32)씨는 “할머니들이 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재일동포로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리씨는 “우리 재일동포들은 남에서도 북에서도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고향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에서 할머니들이 행동에 나서고 정부와 여론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차별과 탄압에 지지 말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 이 만남을 통해 일본에서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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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하던 대화는 노래로 옮겨 붙었다. 말수가 적었던 길원옥 할머니는 재일동포 청년들에게 노래 한 구절을 선물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해 음반을 냈을 정도로 평소에 노래를 즐긴다. 평양이 고향인 길 할머니는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다.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을밀대야 네 모양이 그립구나.” 할머니의 노래에 재일동포 청년들은 ‘임진강’으로 화답했다.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 내리고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청년단은 15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이들은 강제징용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을 찾는 등 일정을 이어간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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