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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노동전문가에 인권변호사까지…헌법 재판관 다양성 넓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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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법 추천위 심사대상자 36명]

9월 교체 5명 중 2명 대법원장 지명

대법, 추천위 열어 3배수 이상 추천

40대 법관회의 의장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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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9명 중 위헌정족수(6명)에 육박하는 5명이 오는 9월19일 한꺼번에 바뀐다. 이 가운데 이진성(소장)·김창종 재판관 후임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 후임은 국회가 선출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간 대법원장이 ‘전권’을 행사해온 재판관 지명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4월 외부 인사 등이 참여하는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재판관 지명권을 악용해 ‘헌재 무력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진 뒤여서, 취임 뒤 처음 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하는 김 대법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오는 16일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위 회의를 열어 3배수 이상(6명 이상)을 김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앞서 재판관 후보 심사에 동의한 법조인은 36명이다. 현직 법관이 25명, 변호사 6명(법관 출신 2명), 교수 4명, 현직 헌법연구관이 1명이다. 여전히 법관 출신이 절대 다수다. 심사동의자 36명 중 50대 남성이 34명에 달하고, 서울대 출신은 26명이다. 형식적 지표는 과거 ‘서오남’(서울대·50대 이상·남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심사동의자들의 과거 판결이나 경력을 보면 헌법 해석에 필요한 ‘가치와 철학의 다양성’은 일정 부분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심사동의자 중에는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를 선고한 항소심 주심을 맡았던 마은혁(54·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노동 사건을 전담한 최은배(51·22기) 변호사 등이 노동전문가로 꼽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이석태(65·14기) 변호사도 심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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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소신 판결’을 내놓은 이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법 판례와 달리 김기영(50·22기)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는 긴급조치 피해자에게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오재성(54·21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민주화운동 관련자에게 국가 배상을 해주는 데 걸림돌이 된 법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유일한 40대인 최기상(48·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다. 헌재 파견 경험도 있다. 김창종 재판관이 대구지역 법관이었던 만큼, 부산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문형배(52·18기)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지역 몫’을 이어갈지도 관심거리다. 문 부장판사는 최기상·오재성 부장판사, 최은배 변호사와 함께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여성은 이은애(52·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유일하다.

헌법연구관 출신 첫 재판관이 나올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동승(57·15기) 헌법재판연구원 연구부장교수, 김하열(54·21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 정주백(53·29기) 충남대 로스쿨 교수 등 3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직 법관 25명 중 11명은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법원장 간담회에서 ‘재판 거래 의혹 제기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 ‘검찰 수사 의뢰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최근 대법관 최종 후보에 포함됐던 노태악(55·16기) 서울북부지법원장도 헌법재판관 후보 심사에 다시 포함됐다. 노태악 서울북부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 위원이었다. 특조단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행정처장)을 조사하지도 않고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들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부실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추천위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제청한 김소영 대법관과 특조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2명의 재판관 후보는 이처럼 활발한 검토가 시작됐지만, 정작 9월에 3명의 재판관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국회는 아무런 논의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늦어도 8월 중순에는 선출 방법 등이 합의돼야 헌재 공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엔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각 1명씩 추천하고 여야 합의로 1명을 선출했지만, 지금은 바른미래당 등 의석 구도가 복잡해 선출 방법에 진통을 겪을 수 있다. 국회의 재판관 선출이 늦어지면 대법원장 몫 재판관 2명이 임명되더라도 재판관이 6명에 불과해 한동안 헌재의 심판 기능이 멈출 수밖에 없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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