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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참을 줄 아는 개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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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조민영의 색개

유기견 초상화 그리던 날 만난

긴 시간 꼼짝 않고 기다리던 개들

견딤 익숙한 그 모습에 복잡해진 마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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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도 여름은 힘든 계절이다. 유기견 수도, 안락사 당하는 유기견의 수도 많은 계절이 여름이다. 역대급 폭염으로 유독 힘든 올 여름은, 다른 해보다 더 많은 유기견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한 예측을 해본다.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동물을 버린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생명을 절망과 공포의 늪으로 몰아가는 행위이고,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는 끔찍한 행동이다. ‘누군가 구해주겠지’, 혹은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을 외면해보려 하겠지만,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편리에 따라, 버려진 개 앞에 놓인 냉혹한 현실에 눈 감아버렸다는 사실을. 버려진 동물은 구조가 된다고 해도 그 상처를 회복하기 어렵다. 유기 트라우마는 흉터처럼 남아 평생 아이를 짓누를 것이다.

2017년 동물권단체 ‘케어’와 함께 진행했던 ‘검은 개 프로젝트’ 당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전시장에서 유기견을 그렸다. 초상화 모델로 30분 가량 고정 자세로 앉아 있는 일은 사람에게도 힘든데 하물며 동물은 어떨까. 그래서 미리 기획자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고, 사진과 모델을 동시에 보며 그리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모델이 된 유기견들은 꼼짝 않고 그 긴 시간을 견뎌줬다. 버려졌던 아픔과 고통을 당했던 경험 때문인지 어떤 상황이건 견뎌내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가만히 견디고 있는 그 아이들을 그리며 만감이 교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반려동물은 사람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따른다. 인간보다 더 본능에 예민한 그 아이들은 버려짐에 더 깊이 절망하고 고통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치 앞도 모른 채 배를 보이며 무방비하게 누워 있는 그림 속의 개는 오늘의 주제와 어울려 보인다.

그림·글 조민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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