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가축서 개 제외 검토” 답변
현재 가축이지만 축산물에선 제외
육견협회 “식용 금지하면 문 닫아야”
서울 제기동의 경동시장 식용견 도매 골목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도·소매 상인들은 올해 들어 강해진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민원에 지쳐 업종을 바꾸거나 경동시장을 떠났다고 한다.
10년째 식용견 도매업을 해온 김모(52)씨는 “어떻게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수 있느냐”며 “그런 주장은 우리보고 문을 닫으라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해묵은 개 식용 찬반 논란이 개가 가축이냐, 아니냐 지위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청와대가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고 개의 식용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에 대해 “가축의 범주에서 개가 빠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10일 입장을 밝히면서다.
현재 개는 가축이자 반려동물인,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축산법이 정한 가축은 35종인데, 소·돼지 등과 함께 개도 포함돼 있다. 반면 가축으로 분류된 소·돼지 등이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되는 것과 다르게 개는 여기서 빠져있다. 가축이면서 축산물은 아닌 어정쩡한 지위인 셈이다. 여기에 한국인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이중 약 80%가 개다. 따라서 개는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반려동물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동물의 임의도살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축산물로 활용되거나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경우, 수의학적 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만 도살을 허용한다. 개정안대로라면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되지 않은 개의 도살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육견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주영봉(53)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축산법에는 포함돼 있는 개가 그동안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빠져있었다”며 “이는 먹거리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육견협회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소비된 식용견 규모를 175만 마리, 7만2000t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 사무총장은 “전국 식용견 사육 농가가 1만7000가구, 150만여 명이나 된다. 식용견과 애완견을 분리하지 않고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업계 종사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호보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식용견 시장은 불법적인 도살이 만연해 있었다”며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개 식용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용견 농가 숫자는 (식용견 단체 주장과는 달리) 전국 5000여곳에 불과하다. 피해가 크다는 논리도 과장돼 있다”고 덧붙였다.
홍지유·오원석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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