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0%대로 꺾여
과감한 결단으로 위기 넘어야
지난 1974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사들였다. 당시만 해도 이는 무모한 일이었다. “TV도 못 만드는데 최첨단 반도체는 위험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오일 파동’으로 대내외 여건도 최악이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전기와 전관 사업이 경영난에 봉착해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시대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그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고 여겼다. 신물질 반도체에서 미래를 본 것이다. 이 결단이 밀알이 돼 삼성반도체는 분기당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토란 사업이 됐다.
이처럼 현재 한국 주력산업은 무에서 유를 개척했던 기업가정신의 결과물이다. 혈혈단신 쌀가게부터 시작했던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자동차·건설·조선 산업을 키웠고 LG의 미래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의 원류를 따라가면 고(故) 구본무 회장이 나온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창업 1세대를 비롯한 원로 경영인의 도전정신·통찰력과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한국 경제도 비상할 수 있었다”며 “현상유지에 급급한 지금의 기업인들을 떠올리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고성장 시절에 펄떡거리던 야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로 꺼지고 투자·소비·수출지표에 줄줄이 경고등이 켜져 더 그렇다. 재계의 한 임원은 “‘5년 뒤 주력업종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할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며 “긴 호흡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배려가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호무역주의로 어려운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 등 경영침해 성격의 규제가 심해지고 사정기관을 통한 기업 손보기 역시 과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가경영 차원에서 산업 경쟁력을 가질 방안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할지에 관심을 갖는 이가 거의 없다”며 “기업인들이 비즈니스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상훈·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