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마주한 아버지와 딸은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며 한동안 말문을 잊었다.
경기 파주시 한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딸 나모(42)씨는 6살이던 1982년 4월 28일 광주에서 부모와 연락이 끊겼다. 나씨는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장사했던 어머니가 일하는 사이 집을 나갔다가 부모와 긴 이별을 했다.
부모는 애가 탔지만 지적장애로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딸의 행방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나씨 외에도 장애가 있는 다른 자식을 돌보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들은 “살아만 있어다오”를 되새기며 하염없이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나씨 부모는 올해 4월 잃어버린 딸을 꼭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광주 서부경찰서 실종전담수사팀의 문을 두드렸다. 말기 암 환자인 나씨의 아버지는 눈을 감기 전 꼭 딸을 찾고 달라고 경찰에 호소했다.
경찰은 양동시장 일대를 수소문해 나씨가 실제 36년 전 집을 나섰다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나씨의 어릴적 사진으로 실종아동 찾기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나 일치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나씨 어머니의 유전자(DNA) 샘플을 채취해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분석 결과를 전달하자 곧이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파주의 한 복지시설 장애인복지사가 2006년 1월 나씨의 보호사실을 당국에 신고한 상태였다. 그 동안 나씨는 자신의 성과 이름을 잃고 ‘1978년 4월 3일 태어난 최○○ 씨’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씨의 부모는 경찰 도움을 받아 지난 4일 파주 보호시설에서 36년 만에 꿈에 그리던 딸과 상봉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들이 딸에게 원래 이름을 알려주고 불러주었을 때 가슴이 찡했다”며 “연관 단체와 연계해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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