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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어졌던 날씨를 과장해서 표현하면 ‘불타는 지옥의 문 앞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살인 충동을 느꼈다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살인적인 햇볕에 대한 이례적인 경험이다. 도심의 거리를 휘감으며 열섬현상을 일으켰던, 후덥지근하다 못해 온몸을 달구는 뜨거운 바람은 육체적인 불쾌감을 넘어 생존에 대한 이유있는 불길함을 던졌다. 지구는 정작 뜨거워지는 것일까.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공감한다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정말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온 것은 아닐까.
▦ 과학자들 주장대로 지금까지 지구상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면 대개 혜성충돌, 화산폭발, 빙하기 등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덩치 큰 공룡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소행성의 지구 충돌로 지각변동이 발생하면서 한파가 닥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의 자연 파괴적인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자연적인 기후변화 주기를 앞당긴 것일 가능성이 크다.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해 2.5~3.5도가 높아지면 생물 종의 50% 전후가 멸종하고, 인류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 인류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나름 생존전략을 구사했다. 저수지를 만들어 가뭄에 대비하는 것에서부터 천문관측 연구를 통해 일기예보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기후에 대한 통제는 인간 능력 바깥의 문제였다. 그래서 기우제 등 초자연적인 힘에 호소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파국적 기후는 끝내 고대세계의 종말을 가져왔고, 이는 현대세계의 지정학적 토대를 이룬다는 기후결정론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탐욕이 기상이변을 촉발, 온실가스 감축은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
▦ 온실가스를 줄이자며 채택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미국은 지난해 탈퇴해 버렸고 중국 반응도 미적지근하다. 중국과 미국은 온실가스의 40% 이상을 배출하면서도 무임승차를 하려 한다.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면 서로 이득이지만, 무임승차를 하려 하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인류가 기후변화에 맞선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간 탐욕과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패전은 곧 멸망을 예고한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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