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시도, 마두로 "우파와 콜롬비아, 미국이 배후"

지난해부터 나라 안팎에서 반정부세력 및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연설중에 자폭 무인기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암살 기도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건재하다며 반정부 우파 세력이 이웃한 친미국가인 콜롬비아와 미국과 결탁해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남미 대표 좌파 정권을 이끄는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 도중에 야외에 마련된 단상에서 연설하고 있었다. 그가 경제 회복에 대해 말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첫 번째 폭발음이 들렸고 이후 생중계 카메라는 대통령이 아닌 대로에 도열한 병사들을 비쳤다. 병사들은 곧이어 두 번째 폭발음이 들리자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몇시간 뒤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살아있으며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연설 중에 "큰 폭발이 있었다"며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CNN에 의하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장관은 같은날 발표에서 "무인기같은 비행물체들이 단상 인근과 행사장 모처에서 폭발했다"며 병사 7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단상 근처에 있었던 타렉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행사 촬영용 무인기가 갑자기 폭발하더니 두 번째 폭발이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수사에 착수해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배후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라며 그가 베네수엘라 내 극우 세력과 연계했다고 강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동시에 "초기 수사결과 이번 사건을 계획하고 자금을 댄 자들이 지금 미국 플로리다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같은 평화로운 남미 국가를 공격한 테러분자들과 싸울 용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4월부터 경제난과 독재 정치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는 좌파 정부와 우파 주도의 반정부 세력 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내무부 청사에 반정부 세력의 수류탄이 날아들었으며 두 달 뒤에는 정부군 기지가 습격받기도 했다. 같은 해 7월부터 마두로 정권에 경제제재를 가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달 임기를 마치는 산토스 대통령은 친시장·친미 행보로 마두로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는 이날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못 박았다. CNN은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이번 사건을 보고 받았지만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익명의 현지 소방관들을 인용해 이날 행사장 근처 아파트에서 발생한 가스통 폭발이 폭발음의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티셔츠를 입은 군인들(Soldiers in T-shirts)'이라는 한 정체불명의 반정부단체는 트위터를 통해 폭발물을 실은 무인기 2대를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날려 보낼 계획을 짰지만 정부군이 이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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