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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광화문으로 온 '여성 시위', '남성' 향한 적개심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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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수사가 ‘여성에게만 편파적으로 이뤄진다’며 규탄하는 4번째 여성 시위가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얼굴을 선글라스나 마스크 등으로 가린 여성 수만명이 모여 “불법촬영을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4일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개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4차 규탄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역대 최대 인원인 7만여명이 모였다. 여성을 의제로 여성만이 참가한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집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장소도 혜화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옮겼다.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이 34.9도를 기록했지만,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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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시위의 규모가 커진 만큼, 1∼3차 시위에서 논란이 된 혐오 표현은 정제된 모습이었다. 지난달 열린 3차 시위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하라”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재기’는 2013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에 빗대 ‘자살’을 뜻하는 은어다. 이 밖에도 ‘생물학적 남성’을 향한 원색적 혐오 발언이 나와 남녀 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최 측도 혐오 발언과 관련한 여론을 의식하고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4차 시위를 앞두고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에는 “원색적인 조롱, 인격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제지하거나 압수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어 “피켓을 제지하기로 한 것은 일부 피켓만 집중 조명해 확대해석하는 기득권과 언론의 백래시(backlash·반격)에 대항하는 소모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조롱은 삼가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위의 기본 취지와 ‘생물학적 남성’에 대한 적개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서도 ‘몰카 안 보면 죽는 한국산 남자’, ‘문재인은 한국 남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국민딸감’ 등 남성을 향한 자극적인 피켓 등이 등장했다. 또 △경찰대 신입생 및 경찰 채용 여남 비율 9:1 보장 △문재인 대통령의 ‘편파시위 부정’ 발언 사과 △기획재정부의 여성가족부 예산 증액 편성 등의 무리한 주장은 이번에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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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등에는 시위를 향한 엇갈린 시선으로 논쟁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원색적 구호가 사라졌다고 본질이 변하는 거냐”며 날을 세웠지만,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들이 더운 날 광화문에 나가서 왜 소리를 지르는지 생각해보라”며 옹호했다.

이날 광화문광장 북단은 시위가 열린 3시간여 동안 ‘남성’의 통행이 제한됐다. 주최 측이 참가 가능한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대 남성의 통행이나 시위 등을 제지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예고 없이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 민 청장은 시위 현장과 떨어진 장소에서 시위대의 발언을 들었다. 또 향후 집회에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1∼4차 여성 시위는 주최 측 추산으로 각 1만2000명(5월19일), 4만5000명(6월9일), 6만명(7월7일), 7만명(8월4일)이 참여해 현재까지 18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경찰은 집회에 대한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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